소비가 아닌 회복의 방식
처음 비즈니스 클래스를 예약했을 때
주변에서 들은 말이다.
솔직히 나도 조금 망설였다.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떠올랐고
단 몇 시간의 ‘넓은 좌석’이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해,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나 자신을 회복시키기 위한 출발선이었다.
공항 라운지에 앉아 있던 그 순간.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조급하지 않았다.
무료 와이파이, 조용한 조도, 따뜻한 음식.
그건 ‘편함’이 아니라
존중받는다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그것도 ‘사치’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날의 나는,
그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고 있었다.
내 마음도 조금 더 단단해졌다.
비행기 좌석은 넓었고
음식은 정성스러웠고
승무원의 말투는 다정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였다.
그동안 아끼기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나를 대접하고 있었다.
그건 ‘지출’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지인 몇 명은 말했다.
“그 돈이면 호텔을 업그레이드하지”
“비행기 안에서 자는 건데, 뭐가 달라?”
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
시간이 나를 밀어붙이지 않는 느낌,
그리고
나라는 사람도 그럴 자격이 있다는 감각.
나는 그날 처음으로
소비가 나를 ‘깎아내리는’ 일이 아니라
‘존중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탑승 전, 그 짧은 여유였다
이후의 여행도 좋았지만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공항 라운지에서 느꼈던 마음의 평온함,
그리고
하늘 위에서 마주한 작은 ‘회복의 공간’이었다.
누군가에겐 사치였을지 몰라도
그날의 나에게는 치유의 시작이었다.
그 후로도 나는
모든 여행에 비즈니스를 타진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엔
나를 위해
한 번쯤 ‘아낌없이’ 쓰는 법을 배웠다.
그날의 탑승권 한 장은
내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
가치 있는 소비란
값비싼 소비가 아니라,
내가 왜 그걸 택했는지를 아는 것.
그 이후로
나는 지출을 줄이기보다
지출의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