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나눈 부동산 이야기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커피잔을 들고 앉은 회의실에서
누군가 말문을 열었다.
“○○ 대출 풀리면서 요즘 분위기 괜찮대.”
“○○는 아직 안 떨어졌더라.”
“내 친구는 이번에 드디어 계약했대.”
익숙한 주제였다.
그러나 언제 들어도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다.
대화에선 ‘실수요자’ ‘청약’ ‘전세가율’ 같은 말들이 오고갔다.
다들 잘 아는 듯 말했다.
나만 빼고.
누군가는 이미 신혼집을 마련했고,
누군가는 부모 찬스로 청약에 성공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세 끼고 갭투자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커피잔만 바라봤다.
내가 못해서 조용했던 건지
하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이야기 끝나고 나서야 나도 헷갈렸다.
이직을 미루고 모은 퇴직금,
늘어난 월세,
줄지 않는 대출금리 뉴스.
집을 산다는 건
나에게 먼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언제까지고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날은,
당근마켓보다 부동산 앱을 더 오래 보게 되고
월세 계약서를 들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이었다.
남들보다 2년 늦어질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생각보다 큰 방패가 되어줬다.
가장 싸게 사는 게 아니라
내 삶에 맞는 시점을 찾는 것.
가장 빨리 오르는 지역이 아니라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고르는 것.
그걸 알게 된 건,
부동산 강의가 아니라
직장 동료들과의 아무렇지 않은 수다 속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