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 나는 나만의 출구를 만들고 있었다
사무실 복사기 앞에서 문득 멈춰 섰다.
오전 회의에서 혼난 게 서러웠던 것도 아니고,
점심 메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이 일을 5년, 10년 더 하는 내 모습이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회사 안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조용히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퇴근 후, 노트북을 열고 ‘부업’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스마트스토어, 블로그 수익화, 전자책, 콘텐츠 판매, 인스타 마켓...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도, 전혀 몰랐던 것도 있었다.
공통점은 하나였다.
‘지금의 나’로는 부족하다는 것.
그래도 시도해보기로 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회사가 내 전부가 될 것 같았으니까.
회사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한 동료에게조차 털어놓지 않았다.
괜히 소문이라도 나면
인사팀에서 불려갈 것 같았고,
윗선이 보기엔 충성심 없는 직원처럼 비칠까 두려웠다.
그래서 매일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 블로그 글을 쓰고,
콘텐츠 기획안을 만들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다.
수익은 0원이었지만
기분은 ‘살아 있는 사람’ 같았다.
3개월쯤 지났을 무렵,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방향을 잃었고,
팀원 절반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회사는 내 미래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
“우린 함께한다”는 말은 언제나 조건부였다는 걸.
그때부터 부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 되었다.
첫 수익은 1,800원이었다.
블로그에 올린 글 하나에서 애드센스로 들어온 돈.
웃음이 났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고,
그로 인해 내 계좌에 돈이 들어온 거다.
그건 회사에서 받는 월급보다
더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때 확신했다.
나는 언젠가
이걸 본업으로 만들 거라고.
퇴근 후 작업하는 시간이
점점 나의 중심이 되었다.
회사 일보다 집중했고,
성과 없이도 기쁘게 몰입했다.
걸리면 어쩌지?
인사평가에 반영되면 어떡하지?
늘 마음 한편은 조마조마했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 되었다.
아직은 퇴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회사에만 목숨 걸지 않는다.
퇴사 후의 삶을 그리는 사람은
퇴사하지 않아도 자유롭다.
나는 매일 밤
내 이름으로 돈을 버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하지만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만약 조금이라도 지쳐 있다면,
‘출구’를 그려보세요.
작아도, 조용해도,
그게 언젠가는
당신을 구할 지도를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