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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하는 말이잖아

귀여움의 가면을 쓰고

by abecekonyv

타카네노 나데시코라는 일본 여자 아이돌 그룹이 있다. 그들의 노래 중 '멜랑콜릭 허니'에서 '귀엽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아줘, 누구나 하는 말이잖아.' 라는 가사가 있다. 일본어 카와이는 남자가 여자들에게 주로 쓰는 말 같아 보였다. 귀엽다는 말이 직접적이고 예쁘다를 돌려말하는 느낌이랄까. '키레'가 아름다움의 표현이라면, 카와이는 일상적이고도 여자친구에게 쓰기 편한 표현인 듯 싶었다. 강남역에 가면 일본인 여자들을 주로 볼 수있다. 그들의 화장들은 한국 여성과는 다르기에 구분하기 쉽다. 그들이 치장하는 걸 보면 귀엽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느낀다. 크게 강조 된 눈과 화장법을 보면 차이가 느껴진다. 귀엽다는게 뭘까. 나는 사실 귀여운게 무섭다.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를 영상으로 보면 가끔은 무서워진다. 심슨에도 그런 캐릭터가 한 명 있다. 옴니버스식의 진행이라 설정이 무의미한지도 모르지만, 명문대 나와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간 엘리트 여성인데도 고양이들을 키우며 미쳐버린 캐릭터가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들이 주로 하는 말은 가여워서인데, 의미심장한 말이다. 일본어에 카와이소오는 가엽다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카와이와 발음이 비슷하다. '소오'는 대게 형용사 뒤에 붙어서 그래보인다 라는 의미 정도 같은데, 귀여워보인다가 가여워보인다의 의미가 된 것이다. 길거리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표지판은 어딜가든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욕먹는 캣맘의 심리도 이런 가여움에서 나온다. 불쌍해보여서 그들은 밥을 주는 걸까. 사실 모른다. 귀여움을 추구하는 것은 내면의 공허를 메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도 강아지 영상을 보다보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인위적인 귀여움들은 묘하게 불쾌하다. 아기나 동물들을 볼 때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귀여움들, 대중문화의 귀여움들, 아니면 상품의 귀여움들을 볼 때마다 썩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이런 귀여움들 뒤에 무언가 숨어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앞서 내면이 공허하여 귀여움을 추구하는 거라 말했지만, 나도 모른다. 나의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그게 맞다면, 귀여움은 무장 할 수 있는 개념에 해당한다. 미인계에 해당한다. 펫 샵에 조그만한 티컵 강아지를 내세울 때 마다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 뒤에는 어떤 목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이나 아이들이 선사하는 원초적인 귀여움을 넘어서는 목적성이 결부된 귀여움. 그것은 기만이기 때문이다. 귀여움이 마케팅과 상품성가 결부 될 때 귀여움은 타락한다. 키치의 감각인가. 우리에게 마약을 손에 쥐어주는 것 같은 악마의 속삭임이 귓전에 울린다.


미키 마우스는 공포의 소재로 2차 창작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공포와 대조되는 귀여움의 속성 뿐만 아니라, 귀엽다는 것은 어디다가 갖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에 있어서 그렇다. 흔히 배우상이라고 불리는 연예인들 중에 어떤 역할이든 소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황정민 같은 사람. 사기꾼도 되었다가, 악역도 되었다가, 스파이도 되었다가, 순애도 되었다가 한다. 진정 배우란 가장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너무 극단적인 외형은 오히려 배우와는 거리가 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귀여움이란 진정한 배우이다. 우리를 기만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 의중을 알아차리기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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