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블라끼 드셔보셨나요?
그리스 음식 중에 가장 대중적이면서 서민적인 음식 중 하나로 수블라끼(Souvlaki, Σουβλακι) 라는 게 있다. 구운 고기를 막대기에 끼워 먹는 요리로, 그리스 식당 어디에나 다 있다. 마치 우리나라 대중음식점의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와 같은 레벨이라고 보면 된다. B.C. 17세기 무렵에도 이와 비슷한 요리를 해 먹은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걸 보면 그리스 민족의 soul이 담긴 요리라 볼 수 있다. 수블라끼 고기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가 있는데 현지인들은 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블라끼를 먹는다.
식당에 가서 수블라끼를 주문하면 큰 접시에 꼬치 3~4개와 함께 감자튀김, 삐따 빵(Pita, 그리스 전통 빵), 토마토, 기타 채소, 그리고 요구르트 맛이 나는 짜지끼(Tzatziki) 소스가 같이 나온다. 고기는 한 입에 먹기 좋게 잘라져 있기 때문에 꼬치에서 쭉 빼서 먹으면 된다. 로컬들이 가는 동네 식당과 달리 아크로폴리스 같은 관광지에 가면 고기 꼬치를 2개 밖에 안준다. 물론 가격은 더 비싸다.
취향에 따라 아무렇게나 먹어도 다 맛이 좋지만, 보통은 고기 덩어리 하나를 짜지끼 소스에 찍어서 삐따 빵에 싸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서 상추쌈을 해서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스 사람들 입맛이 우리와 비슷한 지 고기 간이 입맛에 딱 맞는다. 우리는 미국식 패스트푸드 음식점 스타일에 익숙해서인지 감자튀김을 주로 토마토 케첩에 찍어 먹는데, 이 사람들은 그냥 먹거나 짜지끼 소스에 찍어 먹더라. 아무거나 다 찍어 먹는 거 보면 이 소스는 우리나라 초고추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 같다. 한 접시당 약 8~12유로 정도 한다. 시골로 갈수록 푸짐하고 맛있으면서도 저렴하고, 시내 관광지는 양도 질도 부실하지만 가격은 비싸다(팁도 강요..). 관광지 바가지는 어디나 다 마찬가지인가 보다. 원래 외국음식 중에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같이 익숙한 음식들은 좋아하지만 그 외 듣보잡(?) 음식들은 잘 안먹었다. 하지만 그리스에 와서 수블라끼를 먹어 보고는 완전 팬이 됐다. 식당에 가도 다른 메뉴는 여간해선 주문하지 않는다. 짜지끼 소스 찍어서 삐따빵에 고기를 넣고 같이 먹는 맛이란!
기로(Gyro)라는 것도 있다. 이건 수블라끼의 일종인데 삐따빵 안에 고기랑 채소 등 이거저거 다 넣고 아이스크림 콘 모양으로 만든 음식이다. 식당에 앉아서 먹을 시간이 없거나 간단하게 먹을 사람들은 이거 하나 들고 다니면서 먹기도 한다. 가격은 2017-18년 기준으로 2~2.5유로 정도였다. 물론 이것도 관광지에선 4~5유로를 받았다. 간혹 한국에 있는 그리스 식당에서 기로를 수블라끼라고 소개하고 있기도 한데, 둘은 분명 별개의 메뉴다.
수블라끼와 비슷한 걸로 케밥(Kebab)도 있다. 케밥은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대중음식으로 고기 종류, 요리 방식,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이 수블라끼와 비슷하다(케밥은 고기를 꼬치에 꽂아 주지는 않음). 구체적으로 차이점이 뭔지는 모르겠다. 다만 튀르키예가 이슬람 국가이니 여긴 돼지고기 케밥은 없을 것이다. 내가 살던 동네 식당 메뉴를 기준으로 하면, 수블라끼는 고기 씹는 맛이 더 강하고, 케밥은 비주얼은 소세지 같으면서 좀 더 부드럽다. 다른 동네는 어떤지 모르겠다. 그리스가 약 400년간 튀르키예 식민지로 있으면서 두 음식이 서로 믹스된 게 아닐까 싶다.
가끔 수블라끼가 생각나긴 하는데, 현지 가격을 아는 입장에서 우리나라에 있는 그리스 식당에 가서 엄청 비싸게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냥 사진보며 추억 회상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