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살아봤습니다-2
(생초짜 그리스어)

초짜들간의 그리스어 대결

by A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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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아테네 시내 주차 간판, (우) 그리스어 알파벳(네이버)

그리스에 온 지 이틀째였다. 길거리 돌아다니다 보니 갑자기 문맹자가 된 듯했다. 뭐라고 쓰여 있긴 한데 내가 아는 문자가 아니었다. 뭐야 이거.. 익숙한 글자(H, P, M 등)도 있었지만 완전 생소한 글자들도 있었다. 삼각형 모양도 있었고, 수학 교과서에 나왔던 파이와 시그마도 있었고, 영어 발음기호 중 th발음을 나타내는 소위 '번데기' 표시도 있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뭐 어쩌겠나,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거지. 여기서 답답하지 않기 위해 내가 배우기로 했다. 바로 그 날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알파벳부터 익혀나갔다. 얼마 후엔 학원도 등록했다. 놀면 뭐하나, 공부해서 남주나. 그렇게 Hello와 How are you 수준부터 외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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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학원 교재 첫 페이지, (우) 학원 교재 중 숫자 공부 페이지


두 달쯤 지났나..아주 간단한 수준의 몇 마디는 할 줄 알게 되던 차에, 생각지도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갑자기 누군가와 그리스어 대결(?)을 펼쳤다.


애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데리러 갔을 때였다. 시간이 조금 남아 음료수나 한 잔 하면서 기다리려고 정문 앞 까페에 갔다. 내 앞에 어떤 아줌마가 먼저 와서 줄을 서있었다. 가만히 보니 우리와 같은 시기에 온, 영국아이 엄마였다. 왠지 정통 브리티시 자부심이 굉장해서 세계 어딜 가든 영어만 쓸 거 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종업원이 나와 그 아줌마로부터 동시에 주문를 받는데..앗, 이 아줌마 그리스어로 주문을 한다. 오, 공부 좀 한 티가 난다. 갑자기 용기가 생겼다. 그럼 나도 그간 배운 거 방출해야지! 이하는 아줌마-나-종업원 간의 아주 짧은 그리스어 대화다.


ㅇ 아줌마 : (당당하게 그리스어 대방출) 카페라떼 큰 사이즈 하나요. 시나몬 가루 뿌려주시구요(Ένα μεγάλο καφέ latte, παρακαλώ. Κανέλα από πάνω).


ㅇ 나 : (어허, 인사부터 해야지요~) 안녕하세요. 핫초코 작은 사이즈 주세요. 아이스초코 말고 핫초코요(Γειά σου. Μια μικρή ζεστή σοκολάτα παρακαλώ. Όχι κρύα σοκολάτα).


ㅇ 아줌마 : (누가 물어봤나, 갑자기 날씨 이야기 발사하심) 오늘 날이 덥네요(Κάνει ζέστη σήμερα).


ㅇ 나 : (나도 바람이란 단어 외웠어~) 바람이 많이 부네요(Αλλά φυσάει σήμερα).


ㅇ 종업원 :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없이 빠르게 말함) 카페라떼는 2.4유로, 핫초코는 1.8유로입니다(Το Cafelatte είναι 2,4 ευρώ(Δύο ευρώ και σαράντα λεπτά) και η ζεστή σοκολάτα είναι 1,8 ευρώ(Ένα ευρώ και ογδόντα λεπτά).


ㅇ 아줌마 : (숫자를 못알아들은 기색 역력) 얼마라구요..?


ㅇ 나 : (ㅎㅎ 난 바로 알아들었지~) 여기 1유로랑 80센트요(Εδώ ένα ευρώ και ογδόντα λεπτά).


아줌마는 숫자에서 무너져 이제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앗싸, I win!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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