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 행성 -40
가족들과 함께하는 제주 여행 이틀 차에는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아쿠아플라넷에서 10시 30분부터
공연이 시작이라서
온 가족이 서둘러 움직였다.
날씨도 전날보다 한층 맑아졌다.
먹구름도 많이 걷혀 있었다.
제주 여행을 즐기기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차에서 나오는 음악을 따라 부르며
아쿠아리움으로 출발했다.
누나는 아쿠아리움에서
몇 시까지 있을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한 번도 아쿠아리움에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가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나는 누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가면 무슨 공연을 하는지.
공연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공연을 하는지.
누나는 이미 조카들을 데리고
몇 번이나 다녀와서
막힘없이 술술 얘기해 줬다.
엄마도 여수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가본 적 있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20년도 1월
코로나가 뉴스에 나오기 전
나는 터키에 성지순례를 갔었다.
그때 엄마도 누나, 매형 조카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엄마는 한 번쯤 다녀와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이 적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차로 이동하는 내내 과거 얘기와
오늘 관람할 공연 얘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아쿠아리움에 거의 다 도착하고 나서야
경치가 너무 좋다는 걸 알았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그곳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드디어 주차하고 아쿠아리움에 입장했다.
공연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서
공연을 바로 앞자리에서 볼 순 없었다.
공연이 시작하고
제주해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울컥하는 마음이 계속 차올라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44년 만에 처음으로
아쿠아리움에 와서 공연을 보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아쿠아리움에 와 보는 거였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처럼
아주 큰 가오리가 느긋하게 유영하고,
상어와 고래를
바로 유리 앞에서 볼 수 있는 공간.
어렸을 때는 비싸서 못 갔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미뤄왔다.
드디어 이렇게 와서 공연을 보고 있으니
감동이 물밀듯이 차올랐다.
눈물이 날 뻔한 이유는
공연의 감동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아쿠아리움에 와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뜨거워지게 했다.
그동안 이런 시간을
놓쳐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후회가 밀려왔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물범과
돌고래 쇼까지 이어졌다.
내 첫 아쿠아리움의 공연이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너무나 신이 났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천천히 아쿠아리움을 관람했다.
그곳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규모보다
더 크고 웅장했다.
천천히 지나가며
웃는 듯이 한 표정을 짓는 가오리.
펭귄은 같이 놀자고
물속에서 부르는 것 같았다.
누나와 엄마가 찍어준 사진을 보니
대부분이 내 뒷모습이었다.
앞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날만큼은 8살 막둥이 조카 나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런 순간들이
앞으로 더 자주 찾아오면 좋겠다.
가족들과 함께
내 버킷리스트를 이룬 날이어서 감사했고,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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