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근의 이유

결핍

by 소근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던 저는,

성인이 된 이후로 아무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저에겐 글보다 더 빠르고 강렬한 자극들이 가까이에 있었거든요.


이를테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술,

취한 채 술집 앞에서 피우던 담배,

연인과의 섹스.


짧은 쾌락만을 좇으며 시간이 흘렀고,

자신을 살펴보는 일을 회피한 탓인지

저의 삶은 점점 불안정해졌습니다.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적은 첫 장에는

거짓이 가득했습니다.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그 일기장에조차,

저는 과시와 거짓을 써 내려가고 있었어요.


진짜 나를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시작한 이후로,

저는 과시도 과장도 거짓도 없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이제는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제 글을 읽는다면

“아, 이 작가는 참 불쌍하고 못됐다”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저는 제 내면의 지저분하고 추한 부분들을 쓸 겁니다.

나의 불안장애,

나의 결핍,

나의 이룰 수 없는 동경.


불편하겠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들,

저는 그런 것들을 씁니다.


우울을 전하고 싶진 않아요.

저는 불편함을 써 내려가며

용기의 시작이 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