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사랑' 관한 권리와 의무

- 공동주택 공공예의에 대해-

by 어느니

살랑살랑 바람도 쐴 겸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였다

산책을 마치고, 밤 11시 30분 즈음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개주인이 큰 개를 데리고 나타나 엉겁결에 놀랐다.

늦은 밤인 데다 어둑한 로비에서 큰 개를 불쑥 만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개주인이 가만히 있는 내게 왜 그렇게 문 앞에 바짝 다가와 있냐며 한마디 쏘아붙인다

아니, 평소처럼 문 앞에서 기다렸을 뿐인데.

개와 자신의 행동은 되돌아보지 않고 나를 나무란다. “이 아파트에 이 개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하면서 지나간다.

늦은 밤 혼자 얼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큰 개가 나타나면 놀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모른다.

주인이야 친밀한 동반자일지 몰라도 나로선 입마개도 안 한 큰 개가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놀랐어요?’ 하고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놀라는 사람을 보고 타인이 신경이 쓰인거처럼, 입마개도 하지 않은 큰 개를 만난 내가 놀라는 건 어쩔수 없지 않은가!

현관 앞 벽보에는 공동생활 에티켓에 대한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렇지만, 개가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은 안 보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면무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