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글태기

써보자 써보자 써보자

by 별방구

열심히 글을 쓰던 2주 전과 달리 갑자기 지난주부터 글이 잘 안 써지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즈음엔 무슨 글을 쓸지 생각이 안 나다가도 앉아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면, 곧장 무슨 글이든 써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지난주부터 점점 글을 쓸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 들며 글이 쓰기가 꺼려지더니 이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도 머리가 텅 빈다.


심지어 조금 전엔 없던 에너지를 끌어모아 쓴 글을 날렸다. 그러고 나니 없던 에너지마저 모두 소진되고, 힘이 진탕 빠져버렸다. 그나마 요즘 쓸 수 있는 글은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평이다. 그래서 뭔가 동기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공연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식의 글의 실질적인 동기와 글소재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내 안의 떠돌던 생각과 부유물들은 이제 어느 정도 배출되어 텍스트로 마구 배출되던 시기는 조금 지난 것인가.


그래봤자 뭐 얼마나 썼다고 이 난리인지 얼척이 없기도 하다. 일종의 저자병인가 싶기도 하고. 유년시절부터 작심 3일의 인간이었던 나는 여전히 그 지조를 지키는 중이다. 그래도 이번 글 쓰기에서는 그 지조를 조금 꺾고 새로운 저자의 길로 발돋움 하나 싶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나‘다.


복잡하고, 자꾸 메아리처럼 몰아치던 어떤 말과 생각들을 한참 쓰다 보니 요 며칠은 머리가 멍하다. 여전히 어떤 생각과 떠밀림 같은 것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만, 뭐랄까 명확한 형체가 없어진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그즈음부터 자꾸만 잠이 온다. 계속 졸리고 졸리다. 자도 자도 졸린 느낌이 들고, 뭔가를 하고 나면 자꾸 또 졸리다. 심지어 오늘은 14시간을 넘게 잤는데도 잠이 온다. 물론 많이 자면 많이 자는 대로 또 졸음이 온다고는 하지만 조금 자도 졸리고 많이 자도 졸리면 뭐 어찌하란 말인가.


신나서 글을 쓸 때와 달리 지금은 뭔가 힘이 축 쳐지고 기력이 쇠한 듯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나를 감싸 돈다.


그럼 힘이 나는 것에 대해 써볼까.


운동을 하고 났을 때. 노래를 부를 때. 연기를 하고 싶어서 몸부림칠 때. 좋은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들이 나를 쓰고 싶게 만들 때. 맛있는 커피와 빵을 먹을 때. 맑은 날에 좋은 풍경을 포착할 때. 글을 쓰고 난 후.


이렇게 적고 보니 생각보다 많다. 저것들을 해보자. 글을 써야 한다는 어떤 무게감을 떠나서(이미 좀 떠나 있는 것 같지만) 좋은 것들을 하자. 이미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예약글을 미리미리 걸어두고, 미리미리 글을 여러 개 써두었을 때와 달리 소진된 상태에서 느끼는 압박감이란 참으로 매서운 것이었다. 그게 두려워서 매일 오천 원의 커피 한잔을 내게 선사하며, 알게 모르게 채찍질을 통해 열심히 글을 쓴 것인데. 이젠 이 커피 한잔의 효능이 다한 것일까. 그래서 지난주엔 오천 원을 더 더해서 빵과 도넛까지 선사했구만.. 이젠 물러서지 않고 그저 나로서 쓰는 방법을 탐색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매일 작가로서 글을 쓰는 이들의 직업 정신에 대한 대단함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쓰기 위해 앉고, 쓰기 위해 읽고, 쓰기 위해 사는 이들의 삶. 난 무얼 위해 살지? 멍~


그래서 우선 내일 업로드할 글은 나의 도피처 블로그에서 옛날에 쓴 글 하나를 재탕해서 몇 글자 추가한 뒤 예약을 해두었다. (이 글을 쓴 과거의 시점) 한참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주제에 맞춰 업로드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려다 지금은 포기했다. sns 구경도 지겹고, 요 며칠은 그리 좋아하던 쇼핑도 흥미가 뚝 떨어졌다. 가방에 예비로 넣어둔 과자를 한 봉지 먹고 나니 그냥 뭐라도 쓰자는 생각에 이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았다. 하기 싫어서 계속 안 하게 두니 더 하기 싫어지는 이 마음. 그리고 마냥 내버려두기엔 독자와의 약속을 잊지 말라는 브런치의 알림이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던 순간의 기쁨을 잊지 말고, 써보자. 써보자. 써보자.


뭐든 세 번 외치면 이루어질지니..

그 좋아하는 9레이어가나슈케이크도 이제 효능이 떨어진 듯하다..




해당 글은 약 두달반 전, 6월 초에 쓴 글이다. 여전히 글태기는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의 글쓰기는 끈기와 지구력 싸움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 글쓰기,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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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