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만남-게으름에게 안겨본 하루

나의 하루와 마음을 마주한 순간들

by 아리에

감나무는 바쁘게 살아가고,

나는 오늘, 조용히 멈추었다.



감나무는 오늘도 분주합니다.

꽃잎을 하나씩 떨구고,

햇살을 잔뜩 모아

작은 열매 하나를 달기 위해

잎사귀마다 부지런히 흔들립니다.


단 한 방울의 물기조차 놓치지 않으려

쉼 없이 움직이는 감나무.

그 옆에서 나는

대청마루에 길게 누워

그 모든 분주함을 힐끗 바라볼 뿐입니다.


선풍기 바람은 나를 식혀주고,

햇살은 처마 끝에서 내 눈을 가려주니,

이쯤 되면 감나무가

조금 얄밉게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나를 견제하듯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듭니다.

작은 날개로 눈앞을 맴돌며

감나무가 보낸 조용한 결투 신청처럼

윙윙거리며 나를 시험합니다.


잠시 눈싸움을 벌이다

파리가 자취를 감추는 그 순간—

나는 내게 작은 월계관을 씌워줍니다.

"이겼다!"

그 승리감에 도취되어

감나무를 의기양양하게 다시 바라보다가,

문득,

그 모습이 우스워져

피식 웃고 맙니다.


그리고는 다시 조용히 눕습니다.

움직임도, 생각도, 감각도

모두 잠시 꺼둔 채,

시간의 굴레에서조차 벗어나

그저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게으름 속으로 나를 흘려보냅니다.


이 한가함은 오늘 내게만 허락된

조용한 쉼의 하루일지 모릅니다.

내일이 오면, 감나무처럼

나도 다시 바쁘게 피어나겠지요.


꽃잎을 떨구고,

작은 아픔을 견디며

언젠가 열매 하나 맺기 위해

또 하루를 살아내야 할 테니까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일의 분주함도,

참아낼 마음의 무게도

모두 잠시 내려놓고,


이 느긋한 여름 오후에

나를 천천히,

조용히 맡겨두려 합니다.



감나무는 오늘도 열매를 키우고,

오늘 나를 쉬게 했었지만.

이 게으름 속에서

나는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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