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제 마음 속에서 살아 숨쉬는 감정이 있어요.
두근거림과, 뒤돌아본 아쉬움.
그 감정을 저는 첫사랑에게 가장 많이 느꼈습니다.
가슴 아프게 냉정했지만,
처음이자 가장 간절히 사랑한 사람이기에—
아련하면서도, 결국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되네요.
오늘도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을 다시 꺼내봅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도 그 시절의 자신으로
함께 들어가 볼래요?
23살.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 위.
쌀쌀한 공기 속, 홍대의 밤거리는 열기로 가득했다.
나는 난생 처음 클럽에 갔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밤이었다.
싸이월드 일기에 "홍대 클럽에 나타나봐."라고 썼던 건,
단지 나 혼자 마음을 정리하려는 신호였을 뿐이었다.
'설마 진짜로 올까?'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숨이 막히고,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왜 진짜 온 거야?’
나는 순식간에 그 사람 손바닥 안에 놓인 느낌이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가슴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의 친구도 함께 있었다.
내 시선에 부담을 느꼈는지, 그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나는 도망치듯 친구와 춤을 추러 나갔다.
클럽 비트에 몸을 맡기는 척했지만, 온 신경은 여전히 그에게 쏠려 있었다.
그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음악에 리듬을 타는 것도, 담배 연기를 피우는 것도 없이.
그 무표정이 더 무서웠다.
갑자기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직감했다. 이대로면 마주칠 수밖에 없다고.
그와 나.
그 숨막히는 순간.
나는 작아지고, 도망쳤다.
그 자리를 벗어나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그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이게 내가 바라던 거였을까?’
‘다시 찾아가야 할까?’
하지만 무서웠다.
나는 끝내, 그를 다시 찾지 않았다.
그 순간의 감각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다음 날,
교회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며 어제를 떠올렸다.
믿기지 않았다.
정말 그가 나를 보러 그 자리에 왔다는 것이.
나는 혼자 원맨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 쇼의 관객이었다.
그리고 그 쇼는 이제, 그도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무대에서 내려와
같이 손잡고 걸어나올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또다시
원맨쇼가 시작되었다.
교회 가는 일요일 아침에도
조회수는 1이었다.
이번엔 내가 움직일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의 강의실에 찾아갈까?’
‘그가 날 보고 그냥 지나치면 어떡하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의 등장은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다시 덧나고, 터져버렸다.
‘그를 버리면,
내 삶을 내 템포대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결국, 나는 싸이월드에 글을 남겼다.
제발 들어오지 마. 흔들리기 싫어.
너는 나한테 좋은 사람이 아니잖아.
하지만 조회수 1은 계속 떴다.
나는 다시 흔들렸다.
결국 탈퇴했다.
속은 후련했지만, 마음은 더 미련했다.
감정은 지워지지 않았다.
일기는 사라졌지만, 마음속 글귀는 남았다.
두 달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정말,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도 먹고 싶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싸이월드에 다시 가입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회수 0.
'나... 어떡하지?'
'아직도 그렇게라도 그를 기다리고 있나봐.'
나조차도 모르게, 다시 그를 부르고 있었나 보다.
아직 더 써야 할 그와의 이야기가 남아있어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억을 꺼내 글로 쓸 때마다
설레면서도, 어딘가 슬퍼집니다.
아마,
그날 홍대 클럽 안에서
그가 다가오는 걸 받아들였다면—
지금 이 자리에, 이 글을 쓰는 저는 없었겠죠.
가끔씩 꿈에서 그를 만납니다.
4년 전, 그는 제게
우리를 이야기한 노랫말을 보여주었어요.
저는 시큰둥했지만,
아직도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저도 이렇게 작가가 되어
그와의 이야기를,
제가 기억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남깁니다.
이 감정들은
어릴 적 누구보다 순수했고,
어떤 순간보다 진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담담하지만 정확하게,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와, 그리고 당신에게
이 마음이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