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너는 참 예뻤고, 나는 참 치열했다.
아마도 네가 너무 예뻐서,
나는 더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치열함조차 나에겐 기쁨이었다.
여자아이라고 했을 때,
내가 살아보니 이 세상은 여자로 살아가는 일이
조금은 더 고단하게 느껴져서.
지금도 끝나지 않는 걱정인형 놀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너를 사랑하면서,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게
이렇게 벅차고 단단한 감정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나도 그런 사랑을 받았고,
너도 언젠가 그런 사랑을 주겠지.
9월이 되면, 너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날의 공기가 서린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신생아실로 향하던 그날.
처음 널 마주한 순간,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밤새 잠이 쏟아지고 피곤에 지쳐도,
네 시원한 트림 한 번이면 마법처럼 힘이 났고,
내가 너의 우주인 듯 곤히 자던 작은 얼굴은
지금도 아련하다.
열이 오르던 밤이면,
세상의 모든 선한 신에게 빌고 또 빌며
너의 작은 손과 발을 밤새 닦았다.
그 모든 순간이 무서울 만큼 낯설면서도
참 신비로웠다.
너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내 엄마로서의 그릇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금 더 자유롭게 너를 키우지 못했고,
때론 너무 많이 안된다고만 했던 것 같아
마음이 쓰이고 미안하다.
그것 또한 내 몫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조금 더 현명한 길이 있진 않았을까 후회스럽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조금만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들어줄걸.
미련이 남는다.
그래도,
그 미안함에만 머물기엔
함께할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에
나는 다시 일어나고 다시 다짐하고
그렇게 또다시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사랑한다.
앞으로의 너의 10대가 찬란하게 빛나기를.
그리고 너의 소우주에
늘 내가 함께 있기를.
나는 너의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