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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May 31. 2024

'원더랜드'-죽은 자와의 소통은 정말 행복을 주는가?

첫인상


세상을 떠난 가족, 연인, 친구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다시 만날 수 있다.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인공지능'은 마법의 단어다. MBC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같은 작품도 있었다. VR(가상현실) 기술로 죽은 가족과 대면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이러한 기술이 고도화된다는 가정하에서는 '원더랜드'의 설정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지 않다.  

영화의 초반부는 바로 이 '고도화'에 대한 나름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파트다. 망자의 보호자, 또는 생전의 망자는 가상현실 속의 모습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탕웨이가 연기한 '바이리'는 어린 딸과의 소통을 위해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가상현실 속의 자신을 고고학자로 설정했다. 사고로 누워있는 연인과 소통하고 싶었던 여자 정인(수지)는 남자친구 '태주'를 우주비행사로 설정했다. 이렇게만 설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가상현실 속의 그들은 알아서 전화를 걸어오고 행동하고, 기억하고, 심지어 추론한다. 이게 낯설게 느껴질 때 다시 '인공지능(A.I)'란 말을 떠올려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인공지능'은 마법의 단어다. 드라마 '웨스트 월드'의 호스트와 연관지어도 어울리겠다.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인격이 그 자체로 학습을 반복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은 그리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원더랜드'는 그러한 상상력으로 죽음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미래로 보아야 할 '원더랜드'의 세상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고도화되었을 뿐 아니라, 일상화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과 그들의 가족도 그리 슬퍼하는 느낌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로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이 부분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줄 때부터 흥미로웠다. 가상현실 속의 망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도록 세팅되어 있다. 그들은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면서 성장하는데 이게 꼭 건강한 몸과 바른 정신으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이 서비스를 통해 소통하는 죽은 가족 때문에 경제적인 곤란에 빠지고, 또 누군가는 이 서비스 때문에 남은 가족과의 관계가 어색해지기도 한다. 말 그대로 죽은 자가 산 자를 괴롭히는 상황이다. 


'원더랜드'는 죽은 자와 남겨진 자 모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과 수백억원 대의 제작비로 만든 영화치고는 소박한 질문일까? 사실 영화 속 세계관에 비해 이야기 자체가 소박하다. 이 소박함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수도. 갈등이 본격화되다가 터져나오는 과정이 선뜻 이해되지 않아서 또 호불호가 생길 것 같다. 또 그런 부분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불호'에 가까워질 것이다. 



질문_1. 이렇게 화려한 캐스팅이 꼭 필요한 영화일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정인데, 이런 캐스팅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만큼, 그들 모두 각자의 스토리를 갖는 주연급 배우로 설정되어 연기를 했을 것이다. 다만 2020년에 촬영했던 영화가 4년 만에 개봉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재배열이 있었을 것 같다. 결과물을 보면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있다. 가장 궁금한 건 배우 공유가 연기한 캐릭터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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