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사전 온라인 스크리닝 후기
넷플릭스가 사전에 제공한 스크리닝 링크로 5화까지 봤다. 원작인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전부 본 건 아니었는데, 원작을 아예 모르고 보는 게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에이트 쇼>는 이 시리즈가 다루고 있는 내용이 어느 가상의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라는 걸 전면에 드러낸다. 이건 <오징어 게임>과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다. <오징어게임>을 보는 시청자는 기훈(이정재)의 입장에서 알 수 없는 모험에 빠져든다. <더 에이트 쇼>도 류준열이 연기한 3층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 시리즈는 실제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도록 연출되어 있다. 원작을 아예 모르고 보는 게 좋다는 건, 그 때문이다. 누가 누구랑 연결될지 알고보는 <환승연애>가, 누가 우승할지 알고 보는 <더 지니어스>가 재미있겠나.
그래서 5화까지의 <더 에이트 쇼>가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꽤 볼만한 쇼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유쾌함보다는 불쾌함이 더 많은 쇼라고 덧붙일 것이다. <더 에이트쇼>는 <머니게임>의 오프닝으로 시작해 <파이게임>의 게임으로 쇼를 이끌어간다. <머니게임>이 일종의 눈치게임이라면, <파이게임>은 권력 게임이다. 참가자들은 전혀 동등하지 않다. 스스로 선택한 층에 따라 식사를 통제당하고, 저마다 다른 시간당 수익에 따라 게임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참가자들은 그럼에도 나름 동등한 위치에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많이 가진 자들은 결정적인 순간 권력의 힘을 과시한다. 이때 불쾌함이 생긴다. <더 에이트 쇼>는 이 불쾌한 감정을 상당히 오래 끌고 간다. 이어서 이제 뭔가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 국면에서 스크리닝이 끝났다.
웹툰의 팬이라면, 웹툰과는 다른 상상력의 공간이 흥미로울 것이다. 겉으로는 그럴싸 해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유니폼과 세트는 그 자체로 ‘미디어의 쇼’를 상징하는 것 같다. 게임의 속성을 파악한 이들이 조금씩 자극적이고, 위험한 짓에 도전하는 모습은 ‘좋아요’와 ‘후원’으로 이루어지는 스트리밍 라이브 시대를 함축한다. 대량의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도전한 <오징어 게임>에 비해서는 스케일로서나 도파민 분비량으로서나 덜 중독적인 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 리얼한 쇼를 보는 듯한 경험이 될 듯. 박정민 멋있다.
카테고리를 바꿔서 보는 게 어떨까. <오징어 게임>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라 <데블스 플랜> 같은 오리지널 쇼로 보는 것이다. <데블스 플랜>과 같이 놓고 보면 이쪽이 더 자극적인 게임일 수 밖에 없으니 다른 나라의 시청자들도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 천우희가 연기한 8층 같은 캐릭터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더 화제가 될 수도. 한국의 관객은 천우희가 연기해온 범상치 않은 여성에 대한 경험이 있지만, 해외 관객은 그리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