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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실험 11. 랜선 티파티로의 초대

무생물에 캐릭터 입혀 스토리 써보기

by 마봉 드 포레

차를 좋아하지만, 오프라인 티파티를 할 수는 없어서...

나는 직장인으로서 커피 수혈은 당연히 하고 있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차(tea, not car)도 좋아한다.


그리고, 과연 문인(文人)들이 모인 브런치답게 차를 즐기는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도 달 밝은 밤이면 시조 한 수를 읊으며 글벗들과 함께 차 한 잔을 나누지 않았던가.


그러나 물리적인 거리의 제약사항으로 인하여 글벗들과 같이 차를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리하여...

랜선 티파티(Remote Tea Party) 를
하기로 하였다!!!
(+시트러스 작가님, +무명독자 작가님)

시트러스 작가님의 랜선 티파티:

https://brunch.co.kr/@5858be98dbe243e/118

무명독자 작가님의 랜선 티파티:

https://brunch.co.kr/@eafbf83b47d94c7/137


마봉의 방(Chambre de Mabon)

자, 서두 길게 갈 것 없이 빨리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우선 나는 기분이 하도 구려서 11월이 되자마자 방에 트리를 설치했다.


1. 트리와 티타임 피크닉 어쩌고 바구니

트리: '내일의 집'에서 구매한 1미터짜리 소형 트리 (가까이서 보면 허접한데 불 켜면 그럴듯해 보임)

바구니: 피크닉 티타임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걸로 검색해서 산 바구니(*갖고 나가본 적 없음)

무늬 있는 천 같은 거: '내일의 집'에서 산 티타월. 바구니 속에서 그릇들끼리 부딪치지 말라고 완충재로 넣어놔서 구겨져 있다.


2. 바구니를 열어보자.

어? 곰순이가 들어있네.

자세가 일진이네. 게다가 저 눈까리 봐라...

포숑이한테 한쪽 어깨 딱~ 걸치고 바나나, 사과, 귤한테 삥 뜯는 포스네?

저 곰순이가 저래뵈도 인천공항 오픈했을 때(2001년) 아직 테디베어 뮤지엄이 있던 그 시절에 구매해서

벌서 스물다섯 살이나 먹은 곰순이임.

스물다섯 살이면 뭐다? 음주 흡연 다 가능한 성인임.

바나나, 사과, 귤, 포숑 티 따위 다 내 밑으로 깔으라면 깔아!


3. 곰순아, 우리 지금 생방 중이거든...

-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언니오빠들?

깜쯱이★ 곰순이랍니다.

- 이미 다 봤다 이뇨나...


4. 곰돌이를 초대해서 차를 마시기로 했어요.

- 누나. 이 차는 뭔가요? (※작가 주: 곰돌이는 마봉 조카(*최근에 제대)가 애기 때 갖고 놀던 애라 곰순이보다 연하임)

- 몰라. 닥치고 그냥 주는 대로 처마셔.

- 이 사과 뒤쪽은 왜 이렇게 다 썩었죠?

- 조용히 해, 작가가 멀쩡한 부분만 보이게 찍고 있어.

- 이 포숑 티는 유통기한이 3년 지난 것 같은데 맞나요?

- 작가가 면세점에서 케이스 예쁘다고 사 온 거라 어쩔 수 없어.

- 그 작가는 립톤하고 차 맛 구별도 못하면서 꼭 비싼 거 사 오더라.


5. 집에서 브런치(여기 말고, 먹는 브런치) 차려먹고 싶은 로망

- 이 촌티 흐르는 스뎅들은 또 뭐죠? 분식집에서 쓰는 건가요?

- 작가가 집에서 브런치 차려 먹겠다고 삘 받아서 산 건데, 아직 뒷면 스티커도 제거 안 했대.

- 이 시퍼런 티포트랑 크리머는 뭐죠?

- 쟤네들도 '내일의 집' 출신이야. 세트로 각 잡고 샀는데 라면 먹을 때 쓰는 면기 빼고 바깥 구경도 못해봤대.

- 명품은 차마 못 사고 저렴이로 찔끔찔끔 사는군요. 저 때 인테리어 소품 사대느라 '내일의 집' VIP 됐죠?

- 다행이지 뭐. 저 작가 명품 도자기에 손대기 시작하면 이 집 파산할 거거든.


6. 진짜 폴란드 도자기 삼 형제 등장

- 오, 진짜 물 건너온 애들이다.

- 작가가 올해 초에 폴란드 여행 갔다가 사서 이고 지고 온 애들이래.

- 아, 들었어요. 쇼핑 너무 많이 해서 올 때 짐값 낼 뻔했다고.

- 진짜 가지가지한다. 또 공항 쓰레기통 옆에서 울면서 짐 정리하고 있었겠네.

- 근데, 밑에 깔아놓은 흰 천은 뭐죠?

- 행주.


7. 작가가 직접 만든 그릇 등장!

- 이건 또 뭐냐.

- 작가가 십 수년 전쯤 정서불안 다스린다고 도자 할 때 만든 거래요.

- 가지가지하다가 가지 되겠다.

- 흉기처럼 크고 무겁기만 해서 다 버리고 그나마 남겨놓은 게 저거래요.


8. 작가가 실제로 사용하는 것들은 사실...

- 누나 근데 이 차 맛이 홍차는 아닌 것 같아요. 뭐죠?

- 보리차. 저 작가 요새 속 울렁거린다고 보리차 마셔.

- 컵도 이제 평소에 쓰는 거 보여주죠. 솔직하게.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1) 아마존에서 산 스타워즈 "May the froth be with you"(글자가 가려서 안보임) 머그

(2) 스코틀랜드 여행 끝날 때쯤 파운드랜드(Poundland - 천원샵, 백엔샵 같은 싸구려 물건 파는 가게)에서 산 스뎅 포트

(3) Yes24에서 제인 오스틴 '설득' DVD 사고 받은 사은품 머그

(4) Yes 24에서 뭐였는지 기억 안 나지만 여튼 제인 오스틴 뭐 책인지 DVD인지 사고 받은 티백 홀더

(5) 다이소 욕실용품 선반에서 집어왔는데 아무 데나 쓰기 좋아서 과자, 티백 등 아무거나 담는 그릇

배경: 담터 보리차, 어딘가에서 산 레이스 깔개(3500원)


9. 잼민이들아 이게 실생활이다

언제 플레이팅하고 티포트 꺼내 씻고 닦고 그러고 사냐.

잎차를 걸러서 어쩌구 다 필요 없고 티백 슥슥슥

티푸드? 아무거나 차랑 먹으면 티푸드지. 오징어도 버섯도 고구마도 배추도 다 티랑 먹으면 티푸드임.

생활감 가득한 샷을 보여드리기 위해 턱별히 찍어 보여드림.


10. 즐거우셨나요?

무생물 갖고 캐릭터 부여해서 글 쓰는 거 진짜 어렵네요.

다른 작가님들의 토순이, 병아리 글 애정하면서 읽었고/읽고 있는 저로서는

이렇게 어려운 건 나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열심히 읽기만 해야겠습니다)


다음번에는 티포트 세트 말고 진짜 차(tea) 컬렉션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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