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1

by 서아

방 안에 시계 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침 7시, 무심히 스며드는 아침빛도 서연의 피곤한 몸을 일깨우지 못했다. 나이트 근무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이 된 건 전혀 상관없었다. 그런 것들, 이젠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일은 끝났고, 지금은 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눈을 감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눈을 떴다. 잠결에 머리가 띵해져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 비명이 꿈에서 들린 건지 진짜 현실에서 들린 건지 헷갈렸다. 그러다 옆에 충전 중이던 스마트폰 화면이 빛을 발하면서 알림이 떴다.


“주의! 감염 확산 지역. 즉시 대피.”


빌라에서 여러 개의 휴대폰 긴급재난 벨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벨소리보다도 더 크게 비명소리도 함께 울려 퍼졌다.


서연은 비명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아직도 멍하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 손을 떨며 스마트폰을 다시 꺼냈다. 시간을 보니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다시 한번 알림을 확인했다.


“감염 확산 지역?” 서연은 재빨리 인터넷에 지금의 사태를 확인해보려 했지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서연은 휴대폰을 쥔 채 그저 바라봤다.


감염이 코로나 같은 것일까 의심해 보았지만, 비명소리로 미루어 짐작해 보았을 때 그보단 훨씬 더 심각한 사태임이 틀림없었다.


“일단, 가족들한테 연락을 해야 해…”


서연은 바로 가족들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휴대폰에선 “통화 불가”라는 메시지만 떴다. 급해진 서연은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뭐가 일어난 거지? “ 서연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그저 평범한 풍경이었다. 빌라 2층에 위치한 자취방은 이웃집 주택 옥상과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었다. 옥상 위로 대파가 푸르게 자라 있고(손을 뻗으면 대파를 뽑을 수도 있을 만큼 가까웠다.) 바람에 말려진 빨랫감이 펄럭였다. 평상시 보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평상시와 다른 건 비명소리와 코를 찌르는 피냄새뿐이었다. 아니 평상시와 같은 게 지금 눈에 보이는 이 풍경뿐 일지도.


서연은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 위로 돌아왔다.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나가야 할까?’ 생각이 스쳤다. 책이나 영화에선, 주인공들은 항상 이런 위기 상황에서 주저 없이 나가지만, ‘나는 주인공이 아니야.’ 서연은 그 생각에 금세 현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결국 돌아오지만, 나 같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닌 것 같아.’ 밖은 더 혼란스러울 것이고,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안전하게 있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 같았다.


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집 안의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일단 물이나 식량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자고 생각했다.


여느 자취생이 그렇듯 서연 또한 자원이 부실했다.

생수 500ml 30통, 라면 세 봉지, 어제 먹다 남긴 배달음식이 끝이었다.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당장 며칠은 충분히 버틸만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서연은 집에만 있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사이 이 사태가 해결될 수도 있으니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냥 믿기로 했다. 다들 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창밖에서 점차 저녁이 찾아오고, 불안감이 서연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그녀는 불을 켜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어두운 밤에 불빛을 보면 누군가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좀비일 수도 있고, 살아있는 사람이 강탈하려고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불을 켜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연은 화장실로 향했다. 불빛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화장실 문을 닫았고 그 속에서 휴대폰의 작은 불빛만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이미 인터넷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기능은 작동했다. 서연은 변기 뚜껑 위에 노트를 펼쳐 놓고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며칠은 버틸 수 있어,” 서연은 노트에 적어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무언가 준비해 두는 게 낫겠지.”


서연은 노트에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생수는 충분히 있지만,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보조배터리도 중요한 항목이었다. 인터넷도 안 되고 연락도 안 되긴 하지만 스마트폰만큼 중요한 도구는 없었다. 수액과 진통제는 병원에서 가져온 것이 있었기에, 그걸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약물 목록… 항생제, 진통제, 헥시타놀(소독용) 그리고 붕대…”


혹시 모르니 지금 팔에 수액라인을 하나 잡아둘까 고민도 했다. 4일이 지나면 라인을 바꾸는 게 원칙이지만 이런 상황에선 상관없지 않을까? 아니야. 오히려 이걸로 감염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만약 상상으로만 했던 좀비사태가 지금 현실이라면..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물리는 걸로 감염이 된다면.. 혈액끼리 접촉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굳이 감염될 확률을 높일 필욘 없지. 지금 당장 아픈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서연은 점차 준비물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갔다. 이 모든 것이 긴급 상황을 대비한 최소한의 준비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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