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의 오래된 지층에
고이 갈고 갈아
검은 강을 만든다.
물과 먹이 섞여 깊어지는 짙은 호흡
공들여 숨고르다 들어올린 붓에
소롯이 고여 들고
종이 위에 앉힌다.
잠시 반짝이는 침묵에
칠흑같은 물결은 따라 흔들리고
획은 단단히 힘을 얻는다.
붓끝이 잠기면
밤은 더 깊어지는 대신
다음 획의 빛이 스쳤다 스러진다.
비백(飛白)같은 빈 결만큼
거칠고도 정확한 증거가 있을까.
닳아 없어짐으로
비로소 쓰이고 읽히는 것.
밤을 온전히 다하고서야
약속처럼
남겨 낸 하나의 문장 위에.
어둠을 맑힌다.
!)
가렸어도 달은 떴다
이 우주에 다시 없을 검은 기운으로부터
계신 그 곳까지
모든
빛을 흡수하는
滿月의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