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를 비 대신이라 했을까
광장의 돌바닥을 짙게 만들고
낙하하는 재미에 아이들이 꺄르르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예쁜 것들인데
그러다 하늘은 내려오고 분수는 올라가며
물줄기와 물줄기가 포개지는 동안
세상의 구분선이 녹아내리며
인공의 팔
자연의 심장
기억과 실시간
원본과 모사
비 오는 날,
제 물 토하기를 멈추고
물이 물을 위로하기 어색한 기쁨이었다
하늘 흉내가 들켰다기보다
하늘이 애써 마련해 준 휴일같은 것
그 잠깐의 무심한 시간,
세상은 위도 아래도 없는 물의 얼굴이 된다.
서로가 되는 연습을 했다.
요즘 기도하는 흉내를 내며 스스로가 무엇을 모조하는데에 그치는게 아닐까 한다. 비 대신 만든 분수도, 엉터리 흉내내는 기도도, 둘 다 진짜를 기다리는 동안 생겨난 아름다운 오답 근처라도 되련가.
그 오답 덕에 세상이 완전히 말라버리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