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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집

비오는 날의 분수

by 잡귀채신




누가 그를 비 대신이라 했을까


광장의 돌바닥을 짙게 만들고

낙하하는 재미에 아이들이 꺄르르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예쁜 것들인데


그러다 하늘은 내려오고 분수는 올라가며

물줄기와 물줄기가 포개지는 동안

세상의 구분선이 녹아내리며


인공의 팔

자연의 심장

기억과 실시간

원본과 모사


비 오는 날,

제 물 토하기를 멈추고

물이 물을 위로하기 어색한 기쁨이었다

하늘 흉내가 들켰다기보다

하늘이 애써 마련해 준 휴일같은 것


그 잠깐의 무심한 시간,

세상은 위도 아래도 없는 물의 얼굴이 된다.

서로가 되는 연습을 했다.






요즘 기도하는 흉내를 내며 스스로가 무엇을 모조하는데에 그치는게 아닐까 한다. 비 대신 만든 분수도, 엉터리 흉내내는 기도도, 둘 다 진짜를 기다리는 동안 생겨난 아름다운 오답 근처라도 되련가.

그 오답 덕에 세상이 완전히 말라버리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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