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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집

맹수 그녀

by 잡귀채신



그녀는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문짝을 뜯어낼 기세로 들이닥쳤다.

안에 있던 모두는 그녀의 등장만으로 순식간에 제압당해 버렸다. 그 누구도 시킨적이 없는 Hands up and head down!

그녀는 옆 건물의 조경사였고 전기톱을 능숙하게 다루는 동시에, 살아있는 것들이 뿜어내는 지독한 짐승의 누린내와 땀내를 풍기는, 말하자면 우리와 같은 종이었다. 다행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의자에 앉았고 다른 종족인 의자는 비명을 질렀다. 는 어쩐지 종을 뛰어넘은 공감의 장이 되는 것만같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주인장이 던져준 사과를 베어 물었다. 우지끈. 과육이 그대로 찢겨나가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선명했다. 턱을 타고 흐르는 과즙을 닦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것은 식사라기보다 포식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이 식사를 약속하고 기다리고 있던 동행자였다.

"밥은?"

내 고린배를 걱정하는 소리인지 내가 밥이라는 소리인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 그 눈만큼은 맑고 직관적이다. 복잡한 생각 없이 사물의 본질을 꿰뚤어집어삼켜 위액에 비벼버리며 살아온 지 오래된 사람의 광.

나는 썩어가는 정물화처럼 그저 앉아서 배를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변비면 두 그릇 먹고 밀어내버려."

그녀의 간단한 처방만으로 내 아랫배는 꿈틀대는지 식은땀이 흐름과 동시에 허기가 졌다. 인체의 신기한 오류. 절대로 나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그 포악함으로 내 멱살을 잡고 억지로 숨 쉬게 만들 거였다.


나는 몇 가지 시달려온 이야기들을 겁에 질린 얼굴로 털어놓았고,

그녀는 끝까지 듣고 있었다.


"뭔 개소린지 모르겠는데."

사자후 같은 그녀의 목소리에 심전도가 오락가락했지만, 이런 식으로 부숴버릴 거면 끝까지 들어주지나 말았으면 했다. 감히 내가 뭘 바래. 그녀의 굵은 손마디에는 흙 때가 껴 있었고, 목덜미에는 굵은 핏줄이 펄떡거렸다. 내가 그 앞에서 무엇을 바래.

그녀는 나의 재난이었다. 피할 수 없는, 펄펄 끓는 재난이었다.

오직 나에게 하나의 질문이라면, 왜 그녀는, 나를 잡아먹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수저로 국물을 떠먹고 있게 그대로 두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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