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부양하면서 겪었던 일과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합니다.
나는 집을 구경하고 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을 구매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지만은 않았고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처음에는 4인가족이 함께 거주할 집을 대상으로 골랐고, 월세와 전세를 알아보고 있었다.
현재 보증금 포함하여 가진돈이 넉넉지 않은 상태이므로 내가 대출을 받아서 전세로 돌리려는 계획이었다.
월세나 전세금 대출 갚는 거나 나가는 돈은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집의 컨디션이 지금보다 좋으면서
어머니, 작은 언니와 나 세명의 출퇴근 경로가 모두 1시간 이내이면서 최소 1번 이하로 환승할 것
아버지가 병원을 갈 때 대중교통 이용이 쉬울 것
주차가능
(아버지 관절이 좋지 않아서) 집으로 진입 시 경사로가 있는지 여부
이 모든 걸 부합하면서 1층이어야 했고 (역시 관절이슈로)
엘리베이터라도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가 허용되어야 했다.
모든 조건에 맞추기는 난이도가 정말 지옥과 같았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가까운 곳위주로 다녔으나
점점 조건을 하나씩 포기해야 했다. (돈도 없으면서 당연했다.)
우선 세명의 출퇴근을 양보하여 우리는 서울에서 인천까지 진출하였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위치에 다양한 구조인 집이 있었다.
둥근 벽이 있는 집
삼각, 오각형인 방이 있는 집
주거목적으로 건축되지 않은 집
등등...
여러 집을 보러 다니면서 다양한 부동산 중개인을 만났고
내가 옷을 너무 어리게 입고 다녀서 그랬는지 그냥 찍먹 해보려는 사람으로 의심을 많이 샀는지
(옷에 관심이 없어서 구매를 잘 안 하다 보니 어렸을 때 산 옷을 계속 입고 다녀서
옷이 실제 나이대랑 잘 안 맞는다.)
돈도 어지간히 없어 보였는지.. 30대라고 하면 다들 너무 놀랐다.
이것도 내가 패배의식과 자기 비하에 찌들어서 꼬아보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공개하거나 작은언니랑 동행하면 대부분 태도가 달라졌다.
당시에는 기분이 좀 별로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나의 의류 개편에 동기가 되었던 감사한 경험이기도 하다
어느덧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지 일 년이 지났고
아무리 재밌다지만 나는 조금 지쳐갔다. 모든 조건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고,
가족구성원들은 서로 조율이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집과 부모님이 원하는 집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나는 집 주변의 상권이나 인프라를 더 중요하게 여겼고 부모님은 집 컨디션만 괜찮으면 되었다.
이 항목에서 너무 큰 차이가 발생하고 상반된 조건이라 조율이 가능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현재 살던 집에서 만족하며 살자로 합의되어
집 구하기는 잠시 휴식기로 접어들었다.
이때 만났던 중개인분들을 추억하며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