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며 내리 밤을 새워요.
살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장소가 머리에 계속 생각납니다. 어딘지 어디에 있는지 또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눈에 선하게 보입니다. 환상이라 해도 무방한 그곳이 왜인지
사무치게 그리워 눈물이 흐를 때도 있습니다. '내가 드디어 정신을 놓았나.'라는 생각까지 떠오르면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정신을 놓은 게 아니라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 거였단 것을 말이지요.
그곳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장소입니다. 크림색 벽과 다홍색 지붕으로 만들어진 예쁜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마을이에요. 중앙을 가로지르는 냇물 끝엔 도로롱 맑은 소리를 내는 물레방아가
돌고, 주변을 두른 산과 나무들은 녹음을 머금고 바람에 소라히 흔들리네요. 그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그 풍성한 나뭇잎들이 바람에 기대어 흔들리는데. 간질간질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주는군요.
길가엔 귀여운 들꽃들이 제각각 피어있고, 새들이 노래하며 그 냇물에 목을 축이고 있어요.
하늘에 푸욱 누워있는 구름마저 천천히, 느릇느릇 여유 부리며 떠 당기네요. 정말 사랑스러운 곳이에요.
누구나 누구든 제각각의 사연이 있고, 각자의 고민과 사정이 있습니다. 우린 모두 다 다른 사람이니
제기 다른 아픔과 사정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 아픔과 사정을 나누고 소통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지요.
허나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세상을 나열하고 비교하며 줄 세우지 마세요. 다른
세상의 근심과 상처를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행위는 굉장히 무례하고 무식한 행동이니까요. 자신의
세상이 하대 받길 원한다면 뭐, 상관없겠다만. 아니, 그것도 상관있겠네요. 그로 인한 피해를 다른 사람들도
받게 되니 말이지요.
가본 적 없던 장소를 그리며 갈망하는 이유는, 최근 못난 가시가 제 마음을 콕콕 찔러서 인 것 같네요.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라는 말은 절대 은유적 표현이 아닌 거 아시나요? 정말 마음의 짐으로
인해 속이 꽉 막힌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쩔 땐 정말 심장을 토해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뻗기도 해요.
머리가 띵해지고 시선이 멍해집니다. 제 속에 자리 잡은 가시가 절 그렇게 만드네요.
그 아픔에서 멀어지고자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봅니다. 그러곤 생각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냄새를,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그러다 보면 항상 그 장소에
도착해 있더군요. 그렇게 전 그곳을 생각하며, 잠시 마음속 가시에게서 벗어난답니다.
우린 앞으로도 긴 시간을, 오랜 세월을 살아가야 하고 그만큼 만나야 할 시련도 많을 겁니다.
당연히 앞으로 나아갈수록 무뎌지고 또 단단해질 거예요. 그렇지만 바위도 닳아 조약돌이 되는 법.
꾹 참고 견디다가 조약돌이 되면 속상할 테니, 다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설 수 있을 피난처를 하나씩
두고 살아가봅시다. 그게 뭐든, 내가 오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줄 거예요.
다들 오늘도 좋을 기억으로 가득한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2025.06.14
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