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욕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by 신아르케

우리는 종종 욕망을 부정적으로 말한다.
“욕망의 노예”라는 표현까지 쓰며, 마음속 깊은 충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를 꿈꾼다.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자유인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숙이자 해방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욕망은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일까?
욕망을 지우고 싶다고 말하는 우리의 바람 뒤에는, 욕망이 가진 강력한 힘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다. 실제로 인간의 욕망은 너무나 강해서, 우리는 종교적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죄를 범하고, 다시 회개하고, 또 무너지고 또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그만큼 욕망은 쉽게 통제되지 않는 에너지다.

욕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성적 욕망, 명예욕, 권력욕, 승부욕, 재물욕,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까지…
인간의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욕망들을 그 자체로 ‘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욕망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주어진 본능적 에너지이며, 그것은 불과 같다.
불은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를 따뜻하게 데우는 선이 될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삼키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성적 욕망을 떠올려보자.
만약 내가 젊은 시절, 이성에게 어떤 매력이나 충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의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가능했을까?
사랑의 시작점이 되는 감정과 설렘 역시 욕망이 만들어 낸 생의 에너지이다.

혹은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전혀 없다면 어떨까?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을까?
자기 성장의 동력 대부분은 사실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인정·존재의 가치에 대한 욕망이다.

돈을 벌고 싶고, 무엇인가 이루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없다면 한국의 경제와 산업은 굴러갈 수 있었을까?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고, 승진하기 위해 애쓰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는 결국 욕망이 만들어낸 움직임이다.

이렇듯 욕망은 무조건 부정해야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 욕망과 의욕이 호르몬의 쇠퇴와 함께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역으로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더 이상 하고 싶은 것이 없고,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는 자유가 아니라 무기력한 정지 상태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젊은 시절 마음을 흔들고 움직이게 했던 욕망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욕망을 부정하는 태도는 오히려 불완전하다.
욕망을 없애려 하기보다, 욕망을 다루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더 깊은 성찰의 길이다.
불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불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 것처럼 말이다.

욕망은 인간에게 주어진 에너지이며, 생존과 창조, 사랑과 성장의 원동력이다.
문제는 욕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욕망이 나의 영혼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지혜롭게 다스리고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우리가 진정 꿈꾸어야 할 자유인은
욕망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욕망이라는 거대한 불을 스스로의 의지와 이성으로 조율할 줄 아는 사람,
욕망을 발판 삼아 더 성숙한 존재로 나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