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정한 학습은 페이지 수가 아니라 존재의 깊이다

by 신아르케

우리는 누구나 성장하기를 바란다. 더 지혜로워지고, 더 깊어지고, 더 넓게 보고 느끼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사유하며, 매일의 루틴 속에서 지적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나 역시 하루 중 일정 시간을 확보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내면에서 정리하며 삶의 깊이를 확장하려 애써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정직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했다.

“나는 지금 진정으로 배우고 있는가? 아니면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만족하며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를 성취 기준으로 삼는다.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 한 달에 몇 권을 읽었는지로 자신을 평가한다. 그러나 독서의 양이 학습의 기준이 된다면, 그 배움은 매우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읽어도 남는 것이 거의 없고, 책 속의 개념이 나의 언어로 변환되지 않으며, 일상에 적용될 지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책을 읽는 시간은 결국 ‘학습적 관점에서’ 상당 부분 낭비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학습의 핵심을 다음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다.
“학습은 새로운 개념의 확장이다.”

아무리 많은 페이지를 읽어도, 새로운 관점이 서지 않으면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책 선정은 학습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미 알고 있는 개념만 되풀이하는 책은 나를 지루하게 만들 뿐이며, 사고를 흔들어 놓지 못한다. 오히려 이전에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 내가 다루어 보지 않았던 영역, 나의 사고를 새롭게 자극하는 개념을 던져 주는 책이 진짜 의미 있는 학습을 이끈다.

이런 책은 때로 어렵고, 읽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재미’가 생긴다. 다음 내용을 알고 싶어지고, 책이 주는 새로운 통찰이 내 사고를 흔들기 시작할 때, 학습이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읽기만으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진정한 학습은 ‘입력’이 아니라 ‘소화’와 ‘적용’이다.
정보를 입력만 하고 고찰하지 않으면, 그 정보는 소화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이는 음식을 먹기만 하고 소화시키지 못하면 영양이 되지 않는 신체의 원리와 동일하다. 배움이 나의 살과 피가 되려면, 반드시 생각하고, 비교하고, 응용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고전은 어렵지만, 한 번 이해하면 단단한 개념을 제공한다.
예전에는 나의 지적 능력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책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그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이제 어려움이 문제가 되는 시대는 아니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읽느냐’이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독서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
누군가는 밑줄을 긋고, 누군가는 요약을 하고, 누군가는 소리내어 읽는다.
나의 경우, 비유를 통해 이해하고, 현실적 사례와 연결해 사유할 때 가장 잘 배운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독서 방식의 선택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학습의 결과는 무엇일까?
나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느껴질 때 비로소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나의 존재가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는 느낌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이 넓어짐

일상의 사소한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능력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창의적 사고


즉, 학습은 ‘존재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읽는 양이 아니라 사유의 질,
페이지 수가 아니라 삶의 해석 능력,
책 한 권이 아니라 그 책이 나에게 남긴 새로운 사고방식이 진정한 학습의 기준이다.

매일의 독서를 통해 뇌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느껴질 때,
나의 사고가 한 단계 더 성숙해졌음을 자각할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배움이 주는 기적을 체험한다.

그리고 언젠가 문득,
오랫동안 반복된 이 작은 루틴들이
나를 전혀 다른 깊이의 인간으로 성장시켰음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학습은 책의 분량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다.
나는 오늘도 그 변화를 향해 한 페이지를 펼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