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에서 여름을 외치다.
안녕하세요 마른틈입니다.
저는 지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 캐롤을 들으며, 제일 좋아하는 브런치를 먹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 스타벅스는 아닙니다.
이곳은 접근성이 조금 떨어져서 큰 맘을 먹고 오곤 하거든요.
모든 작업을 총괄하는 제게 고생한다며 케이크라도 함께 먹으라 건네주신 스벅 기프티콘들은 아마 올해 안에 다 못쓸 것 같습니다. 하하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목에서도 스포 했듯, 이 계절 매거진의 첫 출간소식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문득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납니다.
해이 작가님께서 공통의 주제로 함께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하셨고, 당시 저는 다소 무거운 글을 쓰고 있던 시기라 마음이 꽤 지쳐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제안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이를 악물어야 하는 이야기 말고도 새롭고 다양한 글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해이 작가님께선 "잠깐 떠올린 의견을 이렇게까지 지지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지만, 제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었지요. 그러니 고맙다는 말은 제가 전하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작가님들께는 "이 글들이 언젠가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주 막연한 이야기만 드렸습니다. 실로 출판과정을 경험해 본 분들이 거의 없었기에 그것이 가능할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참여 작가님들께도 오롯이 강제성을 띄지 않는 자율성만을 드렸으며, 당시 저희가 참고할만한 다른 협업매거진도 거의 전후무후했기 때문에 다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조심스레 피드백을 드리던 나날이었습니다.
그 공동의 프로젝트가 이제는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ㅡ 세 번째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주 주제를 정하고, 계절이 끝날 때마다 어떤 의미로 남을 마지막 활동을 기획하고, 이 책이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배려했고, 서로의 찬란한 아이디어에 감탄했습니다.
열다섯 명이라는 인원이, 그것도 적게는 30년 이상의 나이차와 삶의 배경 전부가 다른 사람들이 이토록 한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온전히 마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사실은 막내나 다름없을 제가 여러분들을 이끄는 일이 굉장히 조심스러웠음을 고백합니다. 각자의 개성과 고집이 강한 창작의 세계라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저를 믿고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를 해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책이 내용적 퀄리티 면에서 엄청나게 뛰어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더욱 성장한 필력과 감성으로, 또 열정으로 발행하신 가을매거진의 글들과 비교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다만 모두에게 처음이었던 이 책은 그만큼 설레고, 아름다운 이야기었음을 단언합니다.
"외부판매 수량 좀 체크해 보게 책 구매하신 작가님들, 어디 몇 권 구매하셨는지 자수해 보세요"
"5권 구매했습니다 ㅋㅋ"
"8권이요"
"아니 뭐라고요? ㅋㅋ 작가님들, 제가 최종 실물받아보고 혹시라도 문제 있을 수도 있으니까 우선 한 권씩만 구매하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ㅋㅋㅋ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할 건 아니고요~ 잘못 인쇄된 책 여러 권 갖게 되실까 봐 걱정돼서 그러죠 저는"
"그 또한 기념으로 간직하겠습니다ㅎ"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종 검토 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참여 작가님들과 조심스럽게 속닥이면서도, 몰래몰래 소문내시는 모습을 애써 모른 척해드렸던 것은 마치 소녀처럼, 아이처럼 꺄르륵 꺄르륵 본인들의 책을 기다리던 모습에 저 역시 몹시 설렜기 때문입니다.
자,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 공동집필 프로젝트의 첫 시리즈.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출간 소식을 안내드립니다. 현재는 위 링크의 부크크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합니다.
이 책은 제게 ‘첫 책’이라는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교정·교열의 내지 편집 과정부터 표지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 애착이 깊습니다. 실물을 받아보니 예상보다 색감도 훨씬 예쁘고, 종이 두께나 탄력, 마감까지 퀄리티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이 책이 현실에 무사히 나올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열네 분의 작가님들께 감사드리며, 당신들을 만나 소중했던 한 해였음을 전합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책의 판매 수익금은 전부 [민들레 장애인 야학]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민들레 장애인 야학은 전체 장애인 인구 약 50% 이상이 중졸이하의 학력으로 살아가는 교육차별의 현실을 바꾸고자 설립된 교육 공동체로, 문해교육·검정고시교육·문화예술교육 등 자립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여름이 누군가에게 뜨거운 '기회'와 '열정'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의 글 중 일부 발췌
나는 이 책을 읽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전문 작가들이 집필한 글이 아니다. 문체도 제각기 다른 데다, 글의 완성도 면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신은 무엇인지도 모를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려 하니 서정적인 시에 감화되었다가 그 뒷장의 난데없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에 배꼽을 잡을지도 모른다. 그랬다가 그다음 장에서는 이름 모를 이에게 전할 편지를 훔쳐본 기분에 어쩐지 부끄러워질 수도 있다. 어떤 글에는 세상 다정했던 이를 추모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무 당황하지는 말길 바란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본인의 글과 그 삶을 사랑하는 중이니.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모두가 한뜻으로 의견을 모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선뜻 맡았으며, 격려하는 이는 온 마음으로 응원했다. 그리하여 단 한 번의 마찰도 없었음을 단언한다. 나이도 계층도 다를 열다섯의 인원이 이런 결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아마 글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그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전문 작가는 아닐지언정 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매해 여름마다 독자 여러분들이 떠올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의 여름이 늘 눈부신 작열과 함께하길 바라며 이 이야기를 마친다.
더 다양한 이야기들은 인스타에서 만나요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