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꽤 오랜 시간, 혼자인 줄 알았다.
괜찮은 척하며 넘긴 밤에 끊임없이 곱씹어 내다 차마 뱉어내지 못한 자기혐오에 무너졌다.
그럼에도 다음날엔 정리되지 못한 감정을 갈무리하고 표정을 골라 쓰며 살아냈다.
식지 않은 라면을 남기던 밤들이 있다.
마음 둘 곳 없이 끓어오르던 감정들은 끝내 입 안에 넣지도 못한 채 식어버리곤 했다.
그렇게, 내가 원해서 시작한 관계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도망치듯 매달렸던 마음들이 허기졌다.
누군가는 상처였고, 또 누군가는 오래도록 그리운 마음이었다.
어떤 인연은 아직도 말하지 못한 감정으로 남아 있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흔든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나를 살아가게 한다.
이건 그런 기록이다.
나의 일기장 속 나만 알고 싶었던 결핍, 부끄러움, 진심, 사랑 같은 감정.
그리고 그것을 알려준 여러 사람의 이야기.
나는 아직 완벽히 회복되지는 못했다.
여전히 쉽게 상처받고, 여전히 휘청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라면은, 함께 먹어야 맛있다는 것을,
그 한 젓가락만큼의 다정함이 내 하루를 매만져준다.
이 이야기는,
혼자 남기던 라면에서 함께 비워낸 한 그릇까지의 기록이다.
따뜻한 라면처럼, 조용히 위로되는 이야기이길 바란다.
당신이 지금 혼자든, 누군가와 함께든.
문득 허기지는 혼자 남은 밤에게, 이 이야기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