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네팔 한 달 살기 10.

10. 사랑콧에서의 반나절 호캉스.

by 모루

그동안 쉬어도 너무 쉬었다. 오늘은 드디어 관광다운 관광을 하기 위해 사랑콧에 가보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던데, 우리는 훨씬 저렴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시내에서 고작 20-30분 걸리는데 택시비도 바가지 아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입이 떡 벌어졌다. 예전 강원도 굽이굽이 산길보다 더 가파르고 험난한 길을, 당장 부서질 것만 같은 똥차가 힘차게 달려갔다. 택시기사의 곡예에 감동해 팁까지 얹어주고 내렸다.



와, 딱 내가 생각했던 네팔이야!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전통복을 입은 여인들. 공기마저 아래와는 확연히 달랐다. 한국에서부터 내내 기침을 달고 살았던 엄마는 사랑콧에 도착하자마자 기침이 멎었다.



처음 만난 “진짜 네팔”의 풍경에 설레 당장이라도 전망대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택시에서 잠이 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길을 오르는 것은 무리였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던 우리는 아이가 깰 때까지 그저 이 한적한 마을을 걷기로 (즐기기로?) 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가 한 커다란 호텔에 꽂혔다. 거기서 커피를 마시고 가자고 했다.



엄마를 홀린 그 호텔은, 시골 산 중턱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제법 근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꽤나 보안이 철저했다. 입구에서 방문 목적, 입장 시간, 대표자의 이름까지 서류에 적고 나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대신 그에 걸맞게 호텔 위까지는 전기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유모차를 밀고 그냥 걸어 올라갔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우리는 유레카를 외쳤다. 역시 엄마의 감은 틀린 적이 없다. 호텔 뒤로 탁 트인 설산이 청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내부 공간이 넓고 흙길도 있어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았다. 커피만 마시려고 잠시 들른 곳에 눌러앉아 점심까지 해결했다.



잠에서 깬 아이는 흙바닥에 주저앉아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손에 쥐어보기도 했다. 엄마는 기겁을 했지만 나는 그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쟤 한국 가면 숲어린이집 다닐 애야, 냅둬.”


애초에 자연 속에서 뛰노는 아이를 그리며 떠난 여행이었다. 아이가 너무 신나게 뛰어노는 게 조금 버겁고 힘들기도 했으나, 퍽 행복했다.


덕분에 아이는 반나절만에 시뻘겋게 타버렸고, 뛰어다니다 넘어져 턱에 작은 상처도 났다. 그새 까매진 아이의 모습이, 너무 촌스러워 웃겼다.


오후가 되자 설산이 구름에 가려 굳이 전망대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랑콧을 눈에 담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30분 후에 온다더니 5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어차피 30분이라고 했지만 한 시간 후에 올 거라 예상했던 터라, 전혀 문제없었다.




사랑콧에 다녀와 애, 어른 할 것 없이 다 같이 널브러져 낮잠을 잤다. ​나와 엄마는 나름 체력이 좋은 편이었는데, 왠지 저질체력 세 가족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하루 종일 강철체력인 아이를 쫓아다녀서 그런 걸까. 내일 가기로 했던 담푸스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