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도 쉬고 싶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대략적인 윤곽을 잡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일단 카페 카멜리아에 가기로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기에 일정에 대한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내 생각과는 다른 곳이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인들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었다. 누가 얘기하지 않으면 한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고는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생소하고 낯선 외국 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카페가 왠지 좋았다. 천천히 커피를 한 잔 비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산책을 하다 제주도와 똑같은 형태의 문을 발견했다. 긴 나무막대를 걸어 여닫는 문이었다. 이렇게 먼 땅에서 비슷한 생활양식을 보니 신기했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였다. 아무런 일정도 짜지 못한 채로 원점이었다.
저녁을 먹고, 목표를 하나 정해서 다시 나갔다. 패러글라이딩을 알아보기로 했다. 임신 중인 나와 아이는 못 하더라도, 부모님께는 많은 것을 경험시켜 드리고 싶었다.
현지 에이전시에서 가격을 알아보고 또 결정을 못한 채 고민에 빠졌다. 금액이 저렴한 현지 에이전시냐, 한국어가 통하는 한인 에이전시냐. 나는 이왕이면 간단하게라도 말이 통하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엄마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엄마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의도나 상황을 잘 파악하곤 했다. 그래서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지만, 딸 입장에서 걱정은 되었다. 조만간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등산 일정과 함께 더 알아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으니 우왕좌왕 우당탕탕이다. 엄마는 처음에는 3박 4일이면 끝나는 푼힐 코스면 만족한다더니, 갑자기 일주일은 걸리는 ABC 코스를 가고 싶다고 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나 혼자 아이를 챙겨야 하는데, 그동안 내 밥은 고사하고 아이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일 수 있을까.
그런데 또 부모님 나이를 생각하면, 트래킹이든 여행이든 가고 싶을 때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암 수술 이후 부쩍 떨어진 아빠의 체력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걱정은 묻어둔 채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패러글라이딩을 알아보고 돌아가는 길, 마음에 드는 캐시미어 가디건이 있어 사기로 했다. 8,000루피를 부르기에 호기롭게 6,000루피를 불렀는데, 단 번에 승낙했다. 아무래도 또 바가지를 씌인 것 같다.
아무리 여유로운 여행을 추구한다 한들, 한 것도 없이 열흘 가까이 지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일은 사랑곳에 가야지. 그 하나를 정하기 위해 오늘 하루를 참 많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