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혼자 여행을 다닐 때도, 나는 날 잡고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시간이 필요했었다. 이번 여행은 오늘이 그런 날이었나 보다.
부모님은 내가 임신한 몸으로 어제 많이 걸어 힘들었나 보다며 걱정을 했다. 사실 못 움직일 만큼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이불 밖으로 단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가 않았다. 원래는 사랑곳에 가기로 했었지만, 그냥 잤다.
한 달이나 있으려니 이렇게 일정상 여유가 있는 점이 좋다. 꼭 오늘 당장 뭘 하지 않아도 되니.
내가 자는 동안 부모님은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카페 카멜리아를 찾으러 나갔는데, 정작 카페는 못 찾았단다. 그러고는 이름도 모를 웬 한식당에 가서 담푸스에 다녀오라는 추천을 받고 돌아왔다.
한 달 살기 3번째, 이제 부모님은 내가 없어도 이 낯선 땅에서 스스로 일정을 계획할 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