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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돈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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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환 Feb 03. 2016

부자의 특권

시간으로부터 자유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시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그런 시간으로부터 자유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 나는 그 사람을 일러 부자라 칭하고 싶다.     

 친구 창혁이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 두 사람은 지난 회포를 풀고자 가까운 선술집을 찾았다. 따스한 한 잔 술에 분위기가 무러 익어갈  때쯤, 창혁이는 뱀처럼 긴 한 숨을 내 감으며 말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

  "왜? 여자친구가 헤어지자냐?"

  "아니. 나쁜 일은 없어. 뭐 그렇다고 좋은 일이 있는 건  더욱더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가 무료할 뿐이야."     

  친구들 사이에서 창혁이는 나름 잘 나가는 친구로 통한다. 졸업과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듯한 대기업에 입사를 했으며, 연봉도 또래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에다 결혼을 약속한 미모의 여자친구까지……. 최근에 들은 이야기로는 대출을 조금 받긴 했으나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뤘다고 하니, 누가 보더라도 삶의 부족함이 없을 듯한 친구임은 틀림없다. 그런 그가 뜬금없이 인생의 무료함을 논하다니, 만약 7포 세대가 옆에 있었다면,


  "호강에 겨워 비름박에 똥칠을 하고 계시네요."


  라고 욕을 해 대거나, 배부른 소리를 해 댄다며 주먹을 날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창혁이의 기분을 십분 이해한다. 나 역시도, 아니 우리 모두가 그런 기분을 종종 느끼곤 하니까.      

  현재 우리의 삶을 한 번 이야기해 보자.      

  당신의 하루는 즐겁고 행복한가?

  아니면 지겹고 따분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따분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잠에서 깨어나면 출근을 하고, 출근을 하면 일을 하고, 퇴근을 할 때는 어깨 위에 곰 세 마리를 분양받아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곰들을 고이 안고 잠이 든다.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마냥 내일도, 모레도 똑같은 일상이다. 그러니 지겹고 따분할 수밖에……. 다시금 삶의 재미를 찾기 위해 제빵과 바리스타 같은 수업을 듣거나 혹은 골프나 배드민턴 같은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다지 오래가지는 못 한다, 몸이 피곤한 것도 피곤한 것이지만,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간, 즉 나의 시간이 그만큼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08년 여름―

  그 해, 나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오픈을 한 달여 정도  앞둔 골프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에메랄드 빛 푸른 언덕을 넘어 드넓게 펼쳐진 은빛 바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풍경을 멀리하고 나의 시선을 훔친 것은 다름 아닌 쇠 작대기로 공놀이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개장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골프장에서 특별히 초대한 사람들이었다. 그 당시, 나는 그들을 보고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이길래 모두가 일하는 이 시간에 저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일까?' 그 날 이후, 나는 모두가 일할 시간에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수다를 나누는 사람, 가족여행을 떠나는 사람,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 등을 볼 때면 그들의 정체를 캐내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사실 답은 뻔한 것이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학생일 것이요, 누군가는 백수이거나 월차를 쓴 직장인일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돈과 시간이 넘치는 부자일 테니…….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을 일러 부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을 구분 짓는 잣대는 바로 시간이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자, 그가 바로 진정한 부자이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상상을 해 보자. 낭만이 흐르는 고풍스러운 유럽의 거리를 여행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유럽여행은 그저 동화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돈이 문제일까? 여행사에 근무하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는 비용이 약 5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500만 원 이상의 목돈을 지출하는 경우는 집안의 경조사를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을 위해 투자하지 못할 돈도 아니다. 문제는 역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큰 마음을 먹고 유럽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우리에게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휴가를 줄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방법이다. 하지만 죽음보다 더 한 공포가 가난이라는데, 이 같은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심각한 취업난에 지금의 직장도 어렵게 구한 터라 새직장을 찾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일을 그만 둠으로 해서 소득도 사라지게 된다. 소득이 없어진 문제를 단순히 돈을 안 쓰는 것만으로 해결이 된다면 그래도 도전해 볼만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으나, 각종 세금과 공과금, 학자금 대출과 보험료 등과 같은 고정지출은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로 남는다.      


  인생을 돈으로 교환하기로 한 순간, 우리는 자유도 구속당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아 오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돈만 많이 번다 고만해서 잃어버린 자유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을까? 어린 시절, 우리의 부모님들은 우리를 의사나 변호사처럼 키우기 위해 열과 성을 다 하셨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우리의 자녀를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의사와 변호사가 갖는 사회적 지위와 덕망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직업군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은 아닐까? 사회적 지위와 명망도 어쩌면 다홍치마에 한 땀 한 땀 새겨진 자수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의사와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뭇 일반적인 직장인들에 급여와 연봉을 높은 것은 명백한 사실하다. 그리고 이들의 상당수가 고급 아파트에 거주를 하며,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외제차를 타고 거리를 누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부자라고 부르기 못하는 이유는, 부자로서 갖취야 할 중요한 한 가지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시간이다.     

  병을 잘 고치는  의사일수록, 승소율 높은  변호사일수록 그들이 벌어 들이는 수입은 많아진다. 하지만 그렇게 명성이 쌓이고 쌓여 갈수록 이들의 시간은 먼지가 되어 흩날려 버린다. 높아진 명성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찾게 될 것이고, 그 말은 즉, 그만큼 진료와 수술 그리고 재판에  할애해야 할 시간도 늘어난다는 말이 된다.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고 했던가? 돈은 의사나 변호사가  벌었을지언정, 그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은 그들의 배우자나 자녀 일터, 어쩌면 그들에게 붙었던 부자라 수식어도 처음부터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걸맞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처럼 단순히 재물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부자라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듯하다. 제 아무리 곡간에 재물이 넘쳐난다 한들 그 재물을 자신을 위해 활용할 시간조차 얻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단순한 돈의 노예이자 자본주의의 희생양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또다시 의문점이 생긴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획득한 사람, 즉 진짜 부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자유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일까?




방금 읽으신 글은 세 번째 글입니다.


<글의 순서>

1. 돈의 가치

2. 소비의 이유

3. 부자의 특권

4.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방법 1

5.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방법 2

6. 가난이 부자를 만든다.

7.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하고 고전적인 방법

8. 당신도 슈퍼리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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