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윌리엄스의 여름과 연기를 읽고
후덥지근하고 뻘뻘 땀이 나는 여름.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나의 여름. 고온 속에서 나는 존을 보았다. 여름을 가장 싫어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여름에 사랑보다 조금 작은 감정을 가진다. 고로 테네시의 <여름과 연기>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존은 모든 여름을 가져갔다. 존과 함께 자그마하던 추억마저 연기처럼 사라졌다. 가져갔다. 아니, 어딘가에 원소로 남아있을 것인가. 온 세상을 떠도는 무언가가 되었을 것인가. 와중에 확언할 수 있는 건, 내가 그렇게 언성 높여 욕하던 존을 이해하게 된 여름이라는 것. 이해는 사랑의 영역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해 불가의 영역을 어떻게든 납득,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사랑 없이는 가히 행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느 종류의, 어느 크기의 사랑이든 말이다.
알마는 존을 이해했을까. 존은 알마를 이해했을까. 어쩌면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이해한 나머지 어느 순간 성질이 변한 듯하다.
안온한 적 없던 존에게 알마의 순수는 진심을 묻어버릴 죄책감이었다. 더불어 알마에게 존은 다른 세상의 타락이었다. 십 년은 그들에게 무엇이었는지. 시간은 무엇이었는지. 그들의 여름과 우리의 여름과 여름. 우리의 여름과 우리의 소멸은 연기와도 같다. 연기는 어떻게 죽고 어떻게 살아나는가. 죽기는 하는 것인가. 살아남아 있긴 하는가. 소실과 소생이 가능한 것인가.
어느덧 연기도 사라져 남은 건 잿더미뿐이다. 성냥 한 개비가 남아있는 시점에서 언제 불을 다시 피울 수 있을까. 언제 연기라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존과 알마의 여름은 비극일까. 나의 여름은. 나의 가을은. 나의 겨울은. 그리고 나의 또 다음 여름은.
2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