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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온도 - 혼밥이 특별하지 않은 나라에서

by 다다미 위 해설자

우리 한국 사람들, 밥은 뭐다?

"같이 먹는 거다!"

밥 한 끼 하자는 말에, 인생 얘기 다 풀어내고, 정(情) 쌓고, 사돈의 팔촌까지 연결됩니다.


그런데 일본 가면요?

식당에 혼자 앉아서 밥 먹는 사람이 쫙 깔렸어요.

심지어 '1인 전용' 식당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일본에서 라멘집을 갔을 때,

앞에 칸막이가 이렇게 딱! 쳐져 있더라고요.

옆 사람 얼굴 볼 일도 없어요.

국물 후루룩, 면 후루룩, 계산 뚝딱.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먹고 나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아… 여기선 혼자 밥 먹는 게 창피한 게 아니구나."



한국은 어때요?

혼자 밥 먹으면 눈치 보여서 휴대폰 붙잡고 있죠?

괜히 "바빠서" 하는 척…

근데 일본은, 그냥 당당히 혼밥.



왜 그럴까?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일본 땅이 좁아요.

다 같이 넓게 앉아서 회식? 쉽지 않습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1인 기준'으로 설계해야죠.


둘째, 일본은 '질서'를 중시합니다.

"내가 남한테 민폐 끼치면 안 된다"

이게 뼛속까지 박혀 있습니다.


혼자 밥 먹으면, 떠들 일도 없고, 방해할 일도 없고, 깔끔하죠.


셋째, 개인 시간이 존중됩니다.

일본 사람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속으론

'상대방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게 최고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혼자 카페, 혼자 노래방, 혼자 여행도 당당합니다.

그게 남한테 피해 안 주는 방법이거든요.



한국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도 가끔 필요합니다.

혼자만의 시간, 내 페이스대로 밥 한 끼.

누구 눈치 안 보고, 국수 후루룩 먹는 그 여유.


물론, 우리는 정(情) 많은 민족이라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밥맛도 소중하죠.

그런데 가끔, 일본에서 배운 '1인분 문화'도 나쁘지 않다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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