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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이렇게 축제가 많을까?

by 다다미 위 해설자

처음 일본 여행을 갔을 때였다.

여름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데 갑자기 북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이 유카타를 입고 줄줄이 모여 가마를 메고 있었다.

누가 결혼했나? 누가 죽었나?


아니란다.

그냥 축제(まつり, 마츠리)란다.


"근데… 또 해요?"

"네, 저번 주에도 했는데 오늘은 다른 신을 위한 축제예요."

"아니, 신이 몇 명이예요?"

"음… 800만 명 정도요."


800만?


그날 난 알았다.

일본이 축제가 많은 이유는, 신이 많기 때문이라는 걸.



일본 사람들은 신토(神道)라는 전통신앙을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

산에도 신이 있고, 바람에도, 벼락에도 신이 있다.

쌀 한 톨, 불씨 하나에도 신이 깃든다고 믿는다.


그 신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감사드리는 방식이 바로 축제다.

"올해 농사 잘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 무사히 지나가게 해 주세요."

"벚꽃이 이렇게 예쁘게 피어 고맙습니다."


신에게 건네는 인사가 너무 많아서,

축제가 많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벚꽃이 피면 사쿠라 마츠리,

단풍이 들면 모미지 마츠리,

눈이 내리면 유키 마츠리.

불꽃놀이, 불의 축제, 물의 축제, 인형 축제, 바다 축제…


그들에게 계절은

참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었다.

자연의 변화를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작은 변화 하나에도 ‘감사의 춤’을 추는 마음.


우리도 그런 여유가 있었던가?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이 동네는 왜 이 옷을 입고 저 북을 치지?” 싶은 순간이 많다.

알고 보면 그 동네만의 신이 있고, 그 동네만의 마츠리가 있다.

같은 오사카 안에서도, 같은 도쿄 안에서도

축제의 색깔은 모두 다르다.


한 나라 안에 수십만 개의 작은 전통이 살아 있다는 것.

놀랍고 부러운 일이다.



에도시대.

텔레비전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가장 기다리던 일은?

축제.


그날은 일을 쉬고, 가족끼리 모이고,

아이들은 먹거리를 들고 웃고,

청년들은 유카타 입은 누군가에게 은근히 눈길을 준다.


그 축제는 단순한 종교행사가 아니라,

마을 전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희망이었다.



우리는 신을 생각하면 두 손 모으고 기도부터 한다.

하지만 일본의 축제는 다르다.

그들은 말한다.


"신님, 어서 오세요!"

그리고 함께 춤추고, 가마를 들고 달리며,

술 한 잔을 따르고, 노래를 부른다.


신과 인간이 함께 어울리는, 이 짧고 반짝이는 순간.

그것이 바로 ‘마츠리’다.



신이 많고,

계절이 아름답고,

마을마다 이야기가 있고,

예전부터 함께 살아온 방식이 있기에

일본은 지금도 축제가 많은 나라다.


그리고 그 축제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자연과 전통, 그리고 ‘살아 있음’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축제는 누군가에게는 소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감사의 형식이다.

삶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신에게 건네는,

아주 오래된 인사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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