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업실이 필요해

by 지지 zizi



한 달 정도 그 어떤 제약 없이 (돈, 시간, 회사, 육아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넌 뭘 하고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대부분은 '여행을 가고 싶어', '한 달 살기 하고 싶어'라는 대답을 하는데 나는 저 질문을 처음 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늘 같은 생각을 한다. 한 달 동안 내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쉬지 않고 작업을 하고 싶다. 이런 답변에 그거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왜?라고 한다면 그 말도 일부 맞지만 '쉬지 않고, 끊지 않고. 연결해서, 쭈욱' 작업만 하고 싶다.


2020년 코로노와 두 아이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정 보육을 견뎌내기 위해 전시를 계획했다. 다른 무언가 집중할 것이 있어야 버틸 것 같아서, 그리고 기한을 정해둬야 그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이란 걸 스스로 잘 알아서. 6개월 뒤로 전시 날짜를 정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세끼 밥을 차리고 책을 읽어주고 놀아주고 집을 치우고 남는 시간에 작업을 하다 보니 진도가 느릴 수밖에... 생활공간과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밸런스가 무너짐을 제대로 느꼈던 때이다.


다행히 준비했던 개인전은 잘 마쳤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니 작업실은 꼭 있어야겠더라. 집에서 작업을 하면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모두 펼쳐놓았다가 다음 날 생활을 위해 정리, 펼치고 정리. 펼치고 정리. 이걸 하기 싫어서 작업을 안 하는 날도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다 육아와 병행하다 보니 피곤함은 최대치에 작업도 맥이 뚝뚝 끊기고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 그걸 어디에 뒀더라... 비효율적인 시간들이 늘어났다. 결정적으로 재료가 점점 방을 차지하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었을 때! 결정의 시간이 왔음을 느꼈다.



익숙한 동네에 자주 보았던 곳으로 자리를 잡았고 공간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자세한 작업실 수리 내용은 다른 편에 계속) 작업실이 생겨 가장 좋은 점은 역시나 작업하던 것 그대로 두고 갈 수 있다는 것. 언제든 다시 와서 이어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원하시는 시간에 치울 수 있고 생각지 못한 작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경험까지 하니 작업실 만들기를 정말 잘했다 싶었다. 하지만 반대로 아쉬운 점 가깝지 않아 그렇게 자주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허허)


지금 작업실이 생기기까지의 시간을 회상하며 글을 계속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다시 작업실을 구한다면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된 팁들도 함께 적어본다. 여름이 오기 전 작업실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꼭 열어보려고 했는데... 꼭 그럴 수 있기를.

다음 편에 계속...




지지 zizi

집에서는 두 딸의 엄마와 K - 장녀, 일터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한 공예가, 삶에서는 매사 긍정적이고 계획, 실천,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