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만, 에메랄드빛 구멍 속의 평화

**신드밧드의 고향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느린 미소**

by 헬로 보이저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무트라 요새 & 해안가 (Muttrah Fort & Corniche)

와디 샤브 (Wadi Shab) & 비마 싱크홀 (Bimmah Sinkhole)


두바이의 빛을 뒤로하고,
나는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 끝, 바다와 사막이 만나는 나라 **오만(Oman)** 으로 향했다.
신드밧드의 고향이라 불리는 곳.
어릴 적 동화 속 모험의 무대였던 그 이름이
이제는 현실의 지도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다시 **지바(Shab)** 방향으로 달렸다.
창밖으로 펼쳐진 길 위에 돌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냥 돌이 아니었다.
세월을 품은 보석처럼,
바람과 모래에 깎인 흔적마다 시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오래된 질감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함께 차에 오른 오만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온화했다.
농담을 던져도 목소리가 낮고, 웃음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그들의 말투엔 조용한 품격이 있었고,
그 품격이 바로 이 나라의 기후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길의 끝에서 우리는 **빙크홀(Bimmah Sinkhole)** 에 도착했다.
사막의 색을 닮은 절벽 사이로 거대한 구멍이 열려 있었고,
그 안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맑은 에메랄드빛 물이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물속에서 천천히 헤엄치고 있었다.
햇살이 벽면을 타고 내려와,
물결 위에서 금빛으로 부서졌다.

그 순간, 나는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구나 ,


분쟁의 그림자가 짙은 중동 한편에서,
이토록 조용하고 다정한 풍경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날 내 가이드는 두 번째로 나를 맞아주던 사람이었다.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는 나를 모스크트의 골목으로 데려가
하얀 건물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햇살을 보여주었다.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될 겁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모스크트(Muscat)** 는 바다와 역사, 신앙과 일상이 함께 숨 쉬는 도시였다.
푸른 돔과 황금빛 모스크,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흰 집들이
모두 같은 빛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도시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단정했고, 아름다웠고, 오래 머물고 싶었다.

나는 그날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곳에서 2주쯤 살아보고 싶다고.
아침엔 바다를 걷고,
낮엔 커피를 마시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오만은 내게 **평화의 정의를 새로 쓴 나라**였다.
그건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다정한 상태**였다.

신드밧드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 땅은
모험의 나라가 아니라, 고요의 나라였다.
빛보다 느리고,
사막보다 따뜻한 —
그들의 미소가 내게 남은 오만의 얼굴이었다.

알 알람 왕궁 (Al Alam Palace)

알 알람 왕궁 (Al Alam Palace)


오만 사막 & 베두인 캠프 (Omani Desert & Bedouin Camp)

무트라 요새 & 해안가 (Muttrah Fort & Corniche)


햇살이 대리석에 스며드는 순간, 무스카트가 빛났다.

나의 가이드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Sultan Qaboos Grand)

길에서 만난 염소

무스카트 항구

와디 샤브 (Wadi Shab)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