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철학자는 어렵게 말해?

- 아~! 사르트르!

by 이채이

괴테가 뉴턴에게 묻는다.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라는 말을 알아? 사르트르가 한 말이야.”

“야, 이게 무슨 말이야? 철학자들은 왜 이렇게 어렵게 말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실 철학자들은 종종 간단한 얘기도 어렵게 말한다.

그런데 이 말, 알고 보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 삶을 되게 솔직하게 말해주는 문장이다.


“뉴턴! 먼저 ‘본질’이 뭔지를 생각해보자. 칼은 자르기 위해 만들어져. 본질이 ‘자르는 것’이야. 의자는? 앉기 위해 만들었으니, 본질은 ‘앉게 해주는 것’이야. 이런 물건들은 태어나기도 전에(정확히는 만들어지기 전에) ‘뭘 할 건지’가 정해져 있다는 거야. 이걸 철학자들은 ‘본질이 존재에 앞선다’라고 말해.”


“그럼 사람은 어떨까? 사르트르라는 프랑스 철학자는 이렇게 말해.

‘사람은 먼저 세상에 태어나고, 그다음에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이게 바로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라는 말이야.”

뉴턴은 괴테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쉽게 말해, 우리는 처음부터 ‘공부 잘하는 사람’, ‘착한 사람’, ‘의사 될 사람’ 같은 이름표를 달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냥 세상에 ‘툭’ 던져진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내가 결정한다. 착한 사람도 될 수 있고, 게으른 사람도 될 수 있다. 선택은 내 몫이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인간은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한다. 무섭게도,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온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해버리면, 자유로운 존재라는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거다. 사실은 ‘그렇게 되기로 스스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의 핵심은 이렇다. 나는 내가 만든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운명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하루하루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듣고 보니 꽤 멋진 말 아닌가? 철학자도 가끔은 괜찮은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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