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쉽게 문을 닫아 버리는 문지기들
“이력서에 한국 이름을 쓰면 합격률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것은 단지 편견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의 문턱에서 걸러진다. 이름은 단순한 호명이 아니라 정체성의 외피이며, 때로는 배제의 신호로도 작동한다.
비슷한 일은 식당에서도 벌어진다. 특별한 날, 미리 예약까지 하고 찾아간 레스토랑에서 아무 설명 없이 구석진 자리에 배정되는 경험.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낯선 얼굴들이 한쪽에 몰려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겉으론 우연 같지만, 그런 장면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뉴욕에서 비슷한 순간들을 겪었다. 도무지 나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거나, 각종 지원서나 이메일이 그저 공중에 흩어져 버리는 듯한 감각.
한때는 성을 ‘Baek’ 대신 ‘Beck’으로 쓰거나, 영어 이름을 사용해 본 적도 있다. 확실히 그 이름은 덜 낯설고, 더 빨리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결국엔 본래 이름을 택했다. 내 이름으로 나를 알리는 데는,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발음의 어려움만이 아니다. 익숙함은 문을 열고, 낯섦은 문을 닫는다. 어떤 이름은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문턱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시작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애초에 호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내 이름을 적는다.
내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그 자리를 지키며 조금씩 나아간다.
나를 위한 연습일 뿐 아니라, 다음 누군가의 이름이 그 문턱을 넘기 조금 덜 힘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