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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의 바다

그럼에도, 바다로

by 백현선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였던가.


TV에서 우연히 본 영화 「빠삐용」 어려서 내용은 잘 몰랐지만, 계속 실패하면서도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유난히 인상적이어서 끝까지 홀린 듯 봤다.


마지막에 조악한 코코넛 배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절벽에서 뛰어내려 망망대해로 헤엄쳐 사라지는 빠삐용의 모습. 그리고 그 장면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드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 뒤로 한동안 나는 동네 수영장에서 혼자 ‘빠삐용 놀이’라 이름 붙인 다이빙 훈련을 했다.


더 깊은 곳으로 뛰어들어 헤엄쳐 얕은 쪽으로 돌아오는 단순한 놀이였다. 때로는 물을 먹고,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그만큼 금세 수영을 배웠다. 그렇게 잊힌 어린 날의 기억이다.


돌아보면, 어릴 적엔 언제나 빠삐용의 시선으로 영화를 봤다. 자유를 향해 달아나는 주인공의 용기와 절박함에 시선이 갔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드가의 모습에도 마음이 간다. 그 누가 드가의 선택을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의 남은 여생 또한 나름 괜찮았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빠삐용이고 싶다.


자신을 막아서는 파도를 향해 “나 여기 있다!”라고 외치던 그 모습처럼.


비록 끝없는 탈출조차 결국 또 하나의 부여된 감옥일지라도, 불완전하고 위태로워도, 나는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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