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책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터넷 서점에 내 이름이 올라갔다.
'김현주의 알바일지' – 브런치에 일기처럼 솔직하게 적었던 글들이 진짜 책이 되었다.
화면으로 봐도, 링크를 눌러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책 만들기 수업의 보조강사로 12주를 보냈다.
강사도 아니고, 수강생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나는 양쪽을 다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책이 탄생하는 과정은 정말 아기를 낳는 것과 같다는 것을.
진통 없이는 탄생도 없다
어떤 분은 중간에 포기했다. "너무 힘들어요. 이게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분은 퇴고만 일곱 번을 했다. 한 문장, 한 단어에 집착하며 완벽을 추구했다.
또 어떤 분은 카드뉴스까지 직접 제작해서 SNS 홍보를 완벽하게 해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분이 계셨다.
"하나도 모르겠어요"라고 시작한 분의 이야기
수강생 중 나이가 가장 많으셨던 그분.
첫 수업부터 "들어도 모르겠어요, 컴퓨터를 하나도 몰라요"라고 하셨다.
하지만 출석률 100%.
집 컴퓨터로 원고를 쓰시고, 아들 노트북을 들고 강의실에 오셨다.
USB에 글을 담아 오시면 내가 노트북으로 옮겨드렸다. 어느 날부턴가 혼자서도 척척 하시더니, 명절 후 2주 만에 오신 날 "까먹었어요"라며 동영상을 찍기 시작하셨다.
"컨트롤 C, 컨트롤 V..."
중얼거리시며 반복 연습하시던 모습. 그렇게 매주 원고가 하나씩 늘어났다.
완벽주의자의 꿈
"이번엔 그냥 경험만 하고 싶어요. 책 만드는 건 다음에..."
원고를 교수님께 검토받으라고 해도 "부끄러워요"라며 고개를 저으셨다. 하지만 결국 책은 완성되었다.
중간에 전화가 왔다. "오타가 너무 많아요. 더 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강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하지만 그분도 당시 지쳐 계셨던 것 같다. "몰라요. 저도"
양쪽의 마음을 다 아는 나는 더 마음이 아팠다.
쑥스러움이라는 장벽
사실 내 책도 주문하기가 망설여졌다.
돈 이야기가 담긴 솔직한 글들.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몇 권 주문하실 거예요?" 10권 이상 사야 할인되는데, 나는 대답을 못 했다.
그 찬스를 놓쳤다.
나도, 강사님도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그러나 믿었다.
다 잘될 거라고.
손에 쥔 기적
그리고 택배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와, 진짜 내 책이다!" "내 손으로 만든 책이 내 손에 있어요!" "울컥했어요. 이게 진짜 제 이름이에요."
수강생들의 기쁨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내가 이렇게 뿌듯한데, 모든 걸 코치하고 24시간 풀서비스로 답변해 주신 강사님은 얼마나 더 뿌듯하실까.
그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선물보다 귀한 마음
마지막 수업 날 받은 향수. 그리고 오늘, 짝꿍이 보내준 케이크 쿠폰. 카톡 선물하기에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보내주셨다.
"현주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케이크 드시면서 단 시간 보내세요♥"
많은 쿠폰을 받아봤지만, 목소리가 담긴 건 처음이었다. 나이 드신 분이 이런 기능까지 쓰시다니.
또 한 번 감동받았다.
책을 만든다는 것
책을 만드는 건 글을 쓰는 게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깨닫는 것이고, "하나도 몰라요"에서 "해냈어요!"로 가는 여정이었다.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서, 스물한 명의 '작가 탄생'을 지켜볼 수 있어서, 나도 그 안에서 작가가 될 수 있어서.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실감은 나지 않지만, 분명 우리는 해냈다고. 그리고 이 설렘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길. 그 여정에는 진통이 있겠지만, 손에 쥔 책의 감동은 그 모든 것을 잊게 만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