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한 집 문을 두드리며 배운 것들"
8일째, 아파트 조사율 80%. 숫자로는 성공적인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엔 숫자보다 더 큰 것들이 쌓여갔습니다.
한 가구당 네 번, 때론 그 이상
같은 집 문 앞에 서는 것이 처음엔 미안했습니다.
'또 왔구나' 싶으실까 봐. 하지만 저는 배웠습니다.
끈기는 때로 성의가 되고, 그 성의는 결국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어느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오는 거 보니, 정말 중요한 일이구나 싶어서 했어요."
네 번의 방문이 '귀찮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전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앱으로 시작했다가 포기하신 분들께
"질문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그만두신 분들을 다시 찾아뵙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불편함을 이해했기에, 더 정중히, 더 친절히 다가갔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시면 제가 같이 해드릴게요. 어려운 질문은 제가 설명드리면서요."
완성된 설문지를 보며 함께 웃었던 그 순간들. 저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불편을 덜어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세요"라는 한마디
인터넷으로 한 번에 끝내셨다는 한 주민분. 저를 여러 번 보셨던 그분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다니시는 거 보니까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라도 빨리 해야겠다 싶었어요."
감사는 제가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분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습니다.
빨간 글씨로 쓰인 거절
"제발 그만 방문해 주세요."
제가 붙인 안내문 위에 빨간색으로 또렷하게 적힌 글씨. 순간 당황했지만, 곧 이해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응답이었습니다. 불응답을 클릭하며 생각했습니다. '이분도 자신의 방식으로 의견을 주셨구나.'
모두가 환영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절조차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
척하면 척, 알아서 인터넷으로 끝내주시는 모범생 같은 분들
바쁘신데도 문 열어주시고 끝까지 협조해 주시는 감사한 분들
여러 번 방문해도 대답 없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 믿게 하는 조용한 분들
"사생활 침해다" 단호하게 거절하시는 분명한 분들
8일간, 저는 수백 번의 문을 두드렸고, 수백 가지 인생을 엿봤습니다.
제가 진짜 배운 것
센서스 조사는 단순한 통계 수집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었고, 인내와 존중을 배우는 시간이었으며,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울림을 만드는지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한 번의 방문으로 안 될 때, 두 번. 두 번으로 안 될 때, 세 번, 네 번.
그 끈기 속에서 저는 '일'이 아닌 '사명감'을 발견했습니다.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문을 열어주신 분들께, 인터넷으로 먼저 해주신 분들께, 정중히 거절해 주신 분들께까지.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하나하나의 응답이, 혹은 침묵이, 이 나라의 미래를 만드는 소중한 데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과정에서 '조사원'이라는 이름 너머, 한 사람의 이웃이 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80% 달성. 하지만 제가 얻은 진짜 성과는 숫자가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을 통해 배운 삶의 지혜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 8일째 조사원의 진심 어린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