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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 예술인소개소>
광주 청년 예술인 강미미

취재 : 유명진

12. 강미미

- 분야 : 시각예술

강미미 작가님 프로필.jpg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강미미입니다. 무언가 그리고 싶고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시작해,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담아내고자 합니다.


2. 어떤 활동, 작업을 하시나요?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기준이 내가 창작하는 게 되다 보니 학생 때부터 아름다움이 무엇이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저에게는 생명력 가득한 순간들이 항상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생동하고 생명력이 응축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들이요. 그렇게 생명력에 관심을 가지다가 점점 포괄적으로 자연환경을 보게 됐던 것 같아요. 자연을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자, 자연답게 살자는 가치관이 생겨서 어떨 때는 물을 쫓으면서 물을 닮고 싶었다가 어떨 때는 나무를 닮고 싶었다가.(웃음) 올해는 농사를 지으며 작물을 대하는 삶 속에서 자연다움을 찾고, 자연다움에서 찾는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자연다운 인간 또는 인간과 닮은 자연 이렇게 두 개를 번갈아서요.


농사지은 농작물들로는 판화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마주친 동물들도 회화 작업으로 담아내고 있어요. 우리는 주로 작물을 키워내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잡초를 캐내잖아요. 그런데 잡초를 호미로 캐낼 때 얘가 뿌리째 뽑혀버리니까 제가 너무 죄책감이 심하게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인간의 잔인함을 목판을 파 내려가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삼각형의 판에다가 인간이 정한 규칙으로서 표지판과 모서리를 통해 확장되는 자연의 생명력을 동시에 담고자 했어요.


밭은 농사지만 농사가 아닌, 최대한 생명들을 존중하며 저 혼자만의 실험실 같은 느낌으로 일구고 있어요. 효율이나 쓸모의 기준으로 손익을 나누지 않고 자연다움과 그 안의 무한한 생명력에 집중하기에, 다른 밭보다 동물이 훨씬 많은 밭입니다. 동물들―달팽이, 비둘기, 고양이 등―은 오랜 시간 눈을 마주치면서 각각의 주체들로 대하고, 작품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느낌을 내고자 노력해요. 특히나 눈빛과 몸짓을 살펴보며, 감각 대 감각을 부딪치며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포착해내죠.


몸의 주장, 2025, Oil on canvas, 40.9x31.8cm.png 몸의 주장, 2025, Oil on canvas, 40.9x31.8cm


작업을 하며 어려운 지점으로는 제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인간 중심적 사고와 이들을 가둬놓고 관찰하려는 욕심, 그리고 온전히 감각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이 있었어요. 1년에서 그 이상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생명을 그리고 있는데, 얘를 대상화해서 바라보는 제 시선이 너무나 차가웠던 점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제가 자연 속에 있으려고 하고, 제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편견 없이 덜 폭력적으로 생명을 탐색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합니다.


제 작업은 생명들이 여기 있음을 말하는 한편, 현실의 만연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더 다양한 존재들에게 시선을 옮기는 시도이기도 해요. 광주천과 무등산 스케치도 그 일환이고요. 저는 자연이 열린 공간이길 바라는데 지금은 다 사유재산이 되어버려서 자연이 더 이상 “자연”일 수 없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죠. 이제는 자연이 너무나 관리돼 있고 지킨다는 명목하에 뭘 하면 안 된다는 규칙과 법들이 있잖아요. 이에 대해서도 항상 의구심이 드는 것 같아요. 예컨대 동물원이 동물을 보호한다고 연구하고 번식시키지만, 인간의 욕심이 더 크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자연이 모두의 자연이 아니게 되었다면 예술이라도. 내가 자연을 닮은 예술을 한다면 이 예술이라도, 모두의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3.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작업과 생활을 이어갈 것 같아요. 먼저 땅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땅의 감각을 익히는 방식이기 때문에 농사는 계속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더울 때는 정말 쓰러질 것 같다가도 흙을 만질 때는 덜 힘들고, 밭에서 만나는 갑작스러운 만남도 소중해서요. 이러한 감각과 기억들로 저를 채우고 싶어요. 저를 채워야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다만, 나중에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생명의 순환’에 대해서인데요. 생명이 건강할 수도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추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있겠는데 추했다가도 회복되며 돌고 도는 순환과 정화, 회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이와 관련해 물에 대한 내용을 나중에 차분히 접해보고 싶고, 지금은 땅을 위주로 더 하고 싶어요. 한 그루의 나무에 다양한 순환이 작용하고 있음부터 시작해 생태계 전반적인 것까지 이 땅에서 제가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해서요. 효율과는 거리가 있게 자연과 식물에 대해 얼마든지 탐구해 보고 싶습니다.



숨 쉬고 싶은 땅, 2023, Oil on canvas, object, 25.9x18.1cm.png 숨 쉬고 싶은 땅, 2023, Oil on canvas, object, 25.9x18.1cm


4.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 콜라보, 협업 계획 있으신가요?


제가 지금 지역 예술단체 ‘다이나믹스케치그룹(DSG)’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길 수도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엔 직접 보고 그린다는 행위가 대상을 인식하고 표현함으로써 더 기억에 깊이 새겨지는 게 있어요. 각자가 기억하고 싶은 장소를 함께 방문해서 그림을 나누는 순간들도 정말 즐겁고요.


이전에 광주극장에서 영사기 교체를 기념해 저희를 초대해 주신 적이 있는데요. 극장에서 몇 년씩 일하신 분도 아예 못 보시는 미지의 공간에.(웃음) 하나의 대상을 다른 이들과 같이 그리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되게 매력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장소를 그림으로 같이 기억해 줄 수 있겠느냐고 제안해 줄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또는 그렇게까지 공개되지 않은 업들이 많잖아요. 저는 그분들의 이야기도 좀 더 기억하고 싶거든요. 직접 찾아가기도 하지만, 같이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들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광주일보에서 광주천의 ‘어도’ 물고기 길에 대해 다룬 보도자료를 봤거든요. 개인적으로 더 조사해보니 어도가 너무 잘못되어 있거나 계단식으로 막혀있으니 회귀성 물고기들이 알을 낳으러 다시 상류로 가지 못하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거예요. 인간에 의해 자연이 순환되지 못하고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죠. 이러한 내용을 기획자와 함께 리서치하고 시각화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해요. 하고 싶은 주제들이 명확히 있어서 저 스스로도 먼저 제안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들이 있어요.(웃음)


- 협업을 떠올리실 때 누구와 할지 보다 장소와 주제를 먼저 생각하시네요.

맞아요. 어쨌든 장소에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사람이 없더라도 그 장소에 살아가고 있는 생명이 있잖아요. 환경에, 자연에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시선이 있어서 장소를 먼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 같아요.


5. 본인이 전문예술인으로 남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 것 같나요?


창작이 바로 생산적인 활동이랑 연결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다른 생산 활동을 통해 작업을 위한 비용을 벌고 있는데, 와중에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니까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생산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많게 하자라고 다짐해요. 조금만 일 쪽에 치우쳐도 나는 작가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게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됐었기 때문에, 졸업 이후로 일을 더 많이 했던 것에서부터 계속 일하는 시간보다 작업하는 시간의 비율을 점점 늘려가고 있어요. 예술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제가 즉각 체감할 수 있는 감각은 그런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예술인이라고 말하기 위해 저는 시간을 더 확보하려고 계속 노력을 할 것 같아요.


- 광주 또는 사회에 요구하는 바도 있으실까요?


저는 그냥 저 스스로 예술가로서의 저의 기준을 세운 거잖아요. 제가 정체성이 자꾸 흔들리니까 그리고 이게 나뿐만이 아니라 외부에서 보는 시선도 그랬으니까. 어떻게 하면 제가 작가로서 인식될 수 있을까 찾았던 것을 다른 작가님들도 그러한 기준을 찾을 수 있게, 다시말해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나 졸업을 막 했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청년들에게요.


한편으로는 지금은 ‘N잡’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정규직이냐 시간제냐 사람이 정해놓은 것으로 차별과 혐오가 생기기 쉬우니 그렇게 나누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럼 전문 예술인의 반대는 뭘까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있는, 비교 가능한 단어로서의 ‘전문’ 예술인이라는 표현보다는 다른 대체어를 찾아봤으면 해요. 세상이 변하면서 새롭게 이야기되는 지점들이 생기는 것처럼 예술인에 대한 것도 새롭게 이야기되면 좋겠어요.


6. 사람들에게 어떤 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혹은 어떤 예술인이 되고 싶나요?


저는 예술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술만은 조금 더 모두의 것이 되었으면 해서 작품의 상업적인 부분보다는 예술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더욱이 작가로서 혼자 취미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업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예술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을 사회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해 제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들과 넓게 펼쳐지는 것들을 더 친절하게 보여주자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벽 가득히 붙어있던 달팽이 스케치를 보았다. 전부 다 다른 동세로 그려진 달팽이를 보면서 처음으로 특정한 소재나 설명이 없어도 달팽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꼈다. 부동의 평면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데 감탄했으나, 더욱 힘 있게 반짝였던 것은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님의 모습이었다. 생동하는 동식물들을 오롯이 감각하기 위해 그들의 곁에 서기를, 흙을 만지기를 선택한 작가님은 자연스럽게 본인이 원하는 모습을 하고 계셨다.


인터뷰어 : 유명진

사회의 이슈를 외면하기에는 조금 예민하고 주변에 편재한 문제를 느끼기엔 조금 둔감한 어중간한

사람으로서 붕 뜬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으로 연결되는 감각을 좋아하여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애매한 감각으로 기준선에서 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그러모아 전시 기획을 한다. 기획한 전시로는 《통 속의 추구미 너머》(2024), 《단면의 총합》(2023), 《보물찾기: 빼앗긴 호기심을 찾아서》(202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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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2025년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화특별의제

‘문화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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