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후배가 떠난 후,
남은 한 후배가 다시 모든 일을 떠맡아하게 됐다.
후배의 얼굴이,
떠난 막내 후배의 얼굴과 점점 닮아간다.
그만뒀던 막내 후배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병아리라
괜히 더 안쓰러워 보였던 거였을까.
그런데 나는 지금 이 후배가 하는 청소나 설거지는
왜 아무렇지 않게 못 본 척 회피했던 건지.
우리 때는 다 혼자 했었다.
나 또한 그랬고,
속상함이 쌓이다 보니 별거 아닌 일에도
서러워져서 화장실 가서 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후배에게도 똑같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별생각이 생겼다.
내가 괜찮겠지, 하고 회피한 것들 때문에
다른 후배들이 이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다.
내 회피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냥 좀 도와주면 되는 거잖아?
쌓여 있는 커피 잔들을 들고 화장실로 향하자,
청소하던 후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너 시키려고 가져온 거 아냐.
이제부턴 내가 할 테니, 설거지는 신경 쓰지 마.”
후배가 눈을 더 크게 뜨더니,
이내 슬쩍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