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삶을 위한 길라잡이
자, 이리 와봐. 하늘을 나는 법이랑
바다를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줄게.
셀마 라겔뢰프 [닐스의 모험] 중에서 나오는 말이다.
야마자키 마리 씨의 '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라는 책은,
어쩌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던 하늘을 나는 법,
그리고 바다를 헤엄치는 법에 대해서 절.대. 시시하지 않게 알려주는, 그런 책이랄까.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어나가는 책이지만, 멈추고 생각해봐야 할 지점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책이라 일단 추천.
"만약 넓은 체육관에서 '뭐든 해도 좋아요'라고 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어디라도 좋으니 마음껏 잠을 자봐요'라고 말했을 때, 체육관 한가운데 벌러덩 누워서 자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벽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지 않을까. 사람은 자기 옆에 자신을 방어해줄 수 있는 것, 지켜줄 수 있는 것을 두고 싶어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환경을 원한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벽과 주변을 벗어나서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곳에 홀로 서는 것이다.
지독한 고독감과 불안함, 외로움으로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다. 아무도 없는 우주 공간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 느낌이 싫어서 사람은 무리를 지어 사는 것 아닐까.
야마자키 마리씨는 14살 때 홀로 유럽여행을 하게 된다. 1967년생임을 고려했을 때, 80년대 초반에 어린 여자 아이 홀로 유럽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 아닌가!
야마자키 마리씨 어머님의 교육 철학, 또는 그 어머님의 삶 자체가 굉장히 자유분방한 삶이기에 가능한 결정들이었다. 음악가이신 저자의 어머니는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고, 도쿄에서의 생활을 벗어나 대자연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훗카이도에서 딸 둘을 키우며 터전을 잡으셨다. 저자가 14살의 어린 나이에 유럽여행을 하게 된 것도, 원래는 어머니의 친구집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 어머니가 못 가게 되자 어찌저찌 어린 딸만 유럽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물론 여행에서는 뜻밖의 인연을 만나는 행운이 깃들기도 한다. 저자는 유럽 여행 중 이탈리아 도예가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 인연을 통해 이탈리아로 미술 유학을 떠나게 된다.(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할아버지의 손자와 결혼까지...-_- 뜻밖의 로멘스에 훈훈)
도무지 시시할래야 시시할 수가 없는 야마자키 마리씨의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 내 머리 속에 깃든 갖가지 고민과 슬픔들이 어이없이 얄미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유명한 만화가가 된 데에는 당시의 유행이라고 해야하나, 사회적인 흐름이 잘 맞아떨어진 것도 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게 된 저자는 아이를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되고, 때마침 이탈리아 붐이 일어난 일본에서는 여러가지 기회들을 비교적 쉽게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테르마이 로마이'라는 유명 만화를 집필하게 되면서 (원래 저자의 전공은 만화가 아니었지만.) 일약 스타 만화가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인생이란 언제 어느 때 어떤 기회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걸 실감나게 한 이야기들이었다.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려보자면,
'자유롭게 살아보자'는 용기가 일단 필요하다. 지독한 고독, 불안,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어떤 곳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일 수 있는 끈기만 있다면 그 누구의 인생이 감시 시시할 수가 있을까?!
내일은 좀더 참신한 하루가 되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