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Y Dec 24. 2017

책이야기10 - 역사란 무엇인가 : E.H.카

내일을 향해, 파이팅!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역사책을 손에 들기 시작한 때부터 E.H.카가 남긴 역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그 대답을 한 줄 요약으로는 익히 들어왔다. 역사를 논하는 책이지만 특정 시기의 역사에 대한 서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길래 고전으로 두루 읽히고 있는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그리고 결론적으로 고전은 역시 고전이구나,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1~4챕터)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5,6챕터)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역사란 무엇인가 -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2. 사회와 개인 - 역사가, 그리고 역사의 사실에 내재한 개인적/사회적 요소의 비중
3.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 역사가와 자연과학자는 설명을 추구한다는 근본적인 목적, 질문하고 답변한다는 근본적인 절차의 측면에서는 똑같다.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 역사가가 제기하는 '왜?'라는 질문 : 역사연구는 원인에 관한 연구
5. 진보로서의 역사 - 역사가가 제기하는 '어디로?'라는 질문 :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노력(진보)의 바탕이 역사, 역사 지식에서의 진보는 객관성의 증대
6. 지평선의 확대 - 엘리트의 역사에서 전 세계 인민의 역사로!


어떤 이는 1챕터만으로도 E.H.카의 요지는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보길 권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전개 방식때문이다.

학술적인 글인만큼 당대의 석학들의 의견들을 인용하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꼼꼼하게 다져나가는 글쓰기 기술, 반박을 불가하게 만드는 촘촘한 전제들,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에 대해, 이 대화의 주체인 역사가, 그리고 그가 처한 사회적인 환경, 그리고 역사가에게 요구되는 자질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놓기에 읽을 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었다.

특히 역사책을 읽으면서 간과하기 쉬운 역사가에 대한 연구, 나아가 역사가를 연구하기에 앞서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는 부분은 새겨볼 만하다.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따라서 역사가 그리고 역사가가 마주치는 역사의 사실들(his facts)에 포함된 개인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요소들의 비중을 독자는 파악해내야 한다. 그렇기에 역사는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만한 것에 관한 기록으로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 이해가 가능하고,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역사는 미래를 보는 '창'이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의 특정 시점을 참고하여 현재에 적용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경험을 실제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생각보다 역사가 미래 예측에 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는 역사라는 '기록'이 남겨져 있기 때문에 분석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미래는 앞으로 닥쳐올 무언가이기 때문에 참고 자료 자체가 없다는 것. 따라서 과거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위기의 반복을 예측하여 어느 정도까지는 미래를 대비하는 참조(reference)로서는 충분히 역사가 제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 E.H.카 또한 역사적 사건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면서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이다. 무수한 인과적 전후관계들 중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을 추출해낸다.(p.145) 합리적인 원인은 다른 나라, 다른 시기, 다른 조건에서도 언젠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익한 일반적인 원인이 되고,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특히 합리적인 원인은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키고 심화시킨다는 목적에 기여한다.(p.147)


결국 역사의 전개에서 우리는 역사가에게 선택되어진 합리적인 원인을 추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원인을 현재에 적용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참고해 볼 수 있도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평소 역사와 관련하여 드는 의문이 있다면,

위인(주목받는 개인)의 출현이 역사적 전개에 미치는 영향이란?


돌이켜보면, 처음 역사를 접하게 된 것은 위인전으로부터였다. 이순신, 세종대왕, 유관순,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나폴레옹, 잔다르크, 에디슨 등등 위인전을 읽으면서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인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어린이 한국사, 세계사를 읽게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역사에서 위인의 출현은 굉장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에 있어 '우연'이라는 요소에 너무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정한 시기에 등장한 위인 또한 커다란 우연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는 '어떤 전투가 특정 원인이 되어 마치 그 전투가 우연의 결과처럼 한 국가가 멸망했다고 해도, 단 한번의 전투로 이 국가를 몰락시킨 일반적인 원인이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국가가 몰락할만한 제반 상황들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지만 수면위로 드러나 모두의 관심을 받은 사건이 바로 그 전투였던 것이다. 위인의 출현 또한 마친가지가 아닐까.


이에 대해 E.H.카는 처음에는 우연적 요소를 역사적 고려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맞다고 보았지만, 후기에 이르러서는(2판에 추가되어 있는 카의 기록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우연적 요소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장기적으로는 역사에서의 우연적인 요소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굉장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이래서 고전, 고전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결론은 무엇인가?

진보에 대한 신념은 자동적이거나 필연적인 과정에 대한 신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의 부단한 발전에 대한 신념을 의미한다.(p.164)


E.H.카는 그가 책의 서문에 밝혔듯이 미래에 대한 건전하고 균형잡힌 전망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인류 미래에 대한 그의 낙관적인 입장은 진보에 대한 그의 신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노력, 즉 진보의 주인공이 지배계급이나 주목받는 개인이 아니라 전 세계 인민이라는 것 또한.

고군분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위해 우리는 지나온 과거를 참고해 보며 새로운 희망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책 이야기9-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 야마자키 마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