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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Dec 24. 2017

책이야기11 -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나도 그래" 토닥토닥.


현재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가?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도 나의 부족한 면을 인정할 수 있는가?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그 자체로 허용할 수 있는가?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순간까지도?

책의 도입부에서는 3가지의 질문을 제기한다.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 질문들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자신의 내면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스스로에게 깊게 공감하는 사람일 것이므로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오늘의 나는 3가지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3년 전의 내 모습만 하더라도 각종 심리 서적과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며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지나 온 시간들을 되새기면서 안드레아스 크누프 식의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에는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진심어린 위로가 오히려 독이되는 순간>이라는 챕터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이 겪는 고통을 함께 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상대의 불쾌한 느낌을 되도록 신속하게 사라지게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종종 '위로'를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는 시도'로 이해할 때가 있다.
힘들어하는 상대를 진정으로 위로하는 법은 상대가 붙잡고 씨름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상대가 충분히 아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은 아파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그에게 무슨 일이 닥쳤는지 말할 기회를 주자. 그런 다음 상대의 느낌을 공유할 자세를 갖추면 된다. 여기서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대의 고통스러운 느낌을 당장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뭐라도 한 마디 건네려는 마음 자체는 악의가 없겠지만, 위로를 듣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 바로 공감이 아닐까.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타인이 겪는 고통을 신속하게 사라지게 해주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상대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천천히 기다리고 있기란 쉽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

몇 년 전, 친구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린시절 맞벌이 하는 부모님 때문에 할머니 손에서 자란 친구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충격이 굉장히 컸다. 이미 여든이 훌쩍 넘은 연세에 돌아가셨기에, 친구를 위로한답시고
"할머니는 더 좋은 곳으로 가셨을테니 너무 슬퍼하지마. 오래 사시면서 손자 손녀가 장성한 모습까지 보셨으니 호상이지 않을까. 할머니도 행복하셨을거야."
이런 이야기를 건냈다. 그러자 친구를 위로하려는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친구는 굉장히 화를 내고야 말았다. 말인 즉, 죽음에 호상이 어딨냐, 살아있는 이승이 낫지 죽고 난 후에 더 좋은 세상이 어디있냐, 그런 말 마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친구를 위로하려는 내 마음을 왜이렇게 몰라준 것인지 내심 섭섭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물론 이후에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를 풀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상대의 고통스러운 느낌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천천히 그 느낌을 공유하면서 기다렸어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공감. 그래서 모두들 "나도 그래"라는 말의 마법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그래"라는 말을 전해들으면서 이 감정은 나 혼자서만 겪는 고독의 발현이 아니고, 나 혼자만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사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한편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를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나는 항상 간절함이 내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자 내가 발전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했다.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가면서 쾌감을 얻기도 했다. 그렇기에 저자가 권하는 방법처럼 마냥 나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기만 했다면 과연 지금까지의 내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 -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고 자신을 다그치고, 스스로 상처주는 사람들 -에게 더욱 효과가 있는 책인 듯 싶다. 3년 전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아둥바둥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괴로워하던 시절의 나에게 권하고 싶은 그런 책. 물론 그 시절을 잘 견뎌냈기에 오늘의 나는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고, 건설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이니깐! 모두의 마음 속에 사랑이 꽃 피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스스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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