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을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

by 달보드레

뜨거웠던 여름을 뒤로하고, 이젠 제법 가을 내음이 난다. 온몸을 축축이 적시던 땀방울도,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이 땅을 점령하던 따가운 햇살도, 우렁찬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한풀 수그러들었다.

여전히 뜨거운 한낮이지만, 어느덧 저녁이 오면 가을이 한 걸음 살포시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슬며시 다가오다 어느 날 갑자기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짠! 하고 모습을 드러내려나 보다. 거리를 걷다 문득 고개를 들면 어쩐지 더욱 높고 푸르러진 하늘이 보이고, 여름 내 본연의 색깔을 숨기고 있던 잎사귀들은 자신의 빛깔을 내비칠 준비를 한다. 성격 급한 몇몇 잎사귀들은 벌써 자신의 색을 빼꼼 드러낸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옅은 가을 향이 난다. 한풀 수그러든 더위가 반갑기도, 괜스레 아쉽기도 하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 옆에서 요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을 가장 힘들어했다.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계란말이는 노릇노릇 익어가는 부엌, 배고픈 어린아이에게 기다림이란 얼마나 잔인한가. 엄마 옆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먹음직스러운 그것들을 바라보며 꼴깍꼴깍 침만 삼켰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통통하게 익은 계란말이를 곱게 썰어, 내가 좋아하는 가장자리 부분을 입에 쏙 넣어 준다.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허기의 시간을 참고 견딘 끝에 마침내 먹은 계란말이 한 입이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그 후로도 엄마가 계란말이를 하면 옆에서 하나씩 받아먹는 게 습관이 됐다.

끝이 보이지 않던 시간도 결국엔 끝이 있다. 간절한 기다림 끝에 얻은 결실은 그 무엇보다 달콤하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도 이렇게 끝이 난다. 샛노랗게 물들 은행나무, 청명한 가을 하늘, 솔솔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타고 날아올 낙엽, 이제는 맘 놓고 즐길 수 있을 피크닉과 공원 산책……. 되알진 여름을 용감하게 버텨낸 자에게 주어질 가을의 선물들은 그 얼마나 달콤할까?



안녕, 여름.

안녕,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