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초를 불자

순간의 태어남을 기념하며

by 달보드레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 이해인>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 날

첫 꿈을 이룬 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꽃삽을 든 날은

언제나 생일이지요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간 날

절망에서 희망으로 거듭난 날

오해를 이해로 바꾼 날

미움을 용서로 바꾼 날

눈물 속에서도 다시 한번 사랑을 시작한 날은

언제나 생일이지요

아직 빛이 있는 동안에

우리 더 많은 생일을 만들어요

축하할 일을 많이 만들어요

기쁘게 더 기쁘게

가까이 더 가까이

서로를 바라보고 섬세하게 읽어주는

책이 되어요

마침내는 사랑 안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선물이 되어요

늘 새로운 시작이 되고

희망이 되어요.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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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는 이해인 수녀님의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라는 시다. 엄마의 추천을 받고 좋아하게 된 시인데, 이 시를 읽은 후 생일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되었다.



생일이란 것은 당연히 1년에 한 번, 누군가의 태어남을 축하하는 날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지만 많은 것들이 늘 새롭게 탄생하고, 그 모든 날들이 생일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라웠다.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거듭나고, 오해를 이해로, 미움을 용서로 바꾸고, 눈물 속에서도 사랑을 시작하는 이의 마음의 빛깔은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울까. 그 고귀한 것들이 새로 태어난 날이란, 가히 축하할 만하다.

공평하게도 생일은 누구에게나 1년에 한 번뿐이다. 그렇기에 그 하루가 더 소중하고, 우리는 그날을 달뜬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러나, 마음껏 축하받을 수 있는 날이 365일 중 단 하루뿐이라는 것은 조금은 가혹하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그 자그마한 몸을 뒤집은 순간, 끙차 앓는 소리를 내며 처음 땅에 발을 내디딘 순간, 금붕어처럼 천 번도 더 입을 뻥긋거렸던 “엄-마”와 엇비슷한 소리를 내뱉은 순간. 지금으로서는 그리 대단치 않은 일을 하고도 우리는 시끌벅적한 환호와 축하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취업을 하거나, 승진을 하거나, 혹은 결혼을 한다거나 내 집을 마련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오래 묵혀둔 주식이 대박이 난다거나… 무언갈 잘해야만, 대단한 성과를 내야만 축하받을 수 있는 내가 되었다.



그러니 나라도 내가 내게 축하할 날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나름의 도전을 실행에 옮긴 날,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을 그만두고 이해하기로 한 날, 내가 내게 함부로 하는 일을 그만둔 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담뿍 표현한 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꽃삽을 들고 ‘오늘은 또 어떤 생일을 만들어 볼까?’ 설레며, 부푼 마음으로 매일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