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 賢母良妻

by 콩례

나의 집 주변에는 조그만 산과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사계절 상관없이 나와 엄마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같이 산책을 나갔다. 기미의 가장 큰 적인 태양을 피하기 위해 보통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나간다. 운동을 핑계 삼아 나갔지만 이 시간은 엄마의 '이야기보따리'를 펼쳐놓는 시간이다.

엄마의 '이야기보따리'엔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는데 저녁에 산책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고 어릴 적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난 예쁜 달을 볼 때면 엄마한테 "달이 너무 예쁘지 않아?"라고 한다. 그럴 때면 엄마는 "내가 저 달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아니?"라고 한다.

엄마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우리 외할머니는 내가 본 할머니들 중에 가장 고우셨다.

그 시절엔 다 그랬겠지 싶지만, 외할머니는 예쁘다고 하기에도 넘칠 만큼 어여쁜 꽃다운 나이에 시집간다고 하는 게 아니라 팔려갔다시피 시집을 가 외할아버지 얼굴을 첫날밤에 처음 보셨다고 했다.

나 같으면 자기 집에 팔려온 어여쁜 마누라를 처음 보자마자 안쓰럽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예쁜 마누라에게 왜 못되게 굴었을까? 그렇게 예쁜 마누라와 열 명의 토끼 같은 새끼들을 낳으면 오순도순 잘 지내지. 우리 외할아버지는 고운 외할머니에게도 토끼 같은 우리 엄마에게도 괴팍하셨다고 한다.

엄마가 외할아버지에게 혼난 이야기만 따로 책을 써도 될 정도로 그 이야기의 양이 엄청나다.

'나무 안 해왔다고 솥뚜껑으로 머리 맞은 이야기, 친구 집에 텔레비전 보고 왔다고 혼나서 맨발로 도망치다 밤송이 밟은 이야기, 밭 일이나 하지 학교 간다고 혼난 이야기... 등'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의 마무리는 언제나 "서러워서 달을 보고 엉엉 울었어."이다. 엄마는 달만 보면 아직도 그때가 생각난다고 한다.

달 하나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겨 있다. 달 하나를 보고 그 이야기를 풀어본다. 그리고 그 달을 보면 이젠 나도 엄마의 어린 시절이 그려진다. 엄마의 이야기보따리는 말귀를 알아먹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하도 들어서 이젠 엄마가 조금만 이야기를 꺼내도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이 간다. 가끔은 이미 들었던(최소 세 번 이상 들었을 것이다) 이야기면 딴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또 다른 가끔은 일부러 엄마의 이야기보따리를 듣고 싶어서, 보따리의 짐을 좀 풀었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 저 달 좀 봐봐." 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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