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賢母良妻) :[명사] 어진어머니이면 착한 아내

장래희망

by 콩례

학창 시절, 나에게 가장 곤란한 것은 장래 희망을 적고 발표하는 일이었다.

선생님들이 장래 희망을 적으라 하시면 대개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직업을 적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해서 이 직업 저 직업 생각을 해보았지만, 계속 든 생각은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는 셋 정도 낳고 기르며 남편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나의 장래 희망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쯤이었나. 나의 20년 후에 대해서 발표를 했었다. 내가 20년 뒤에 무엇을 해 먹고살지에 대해서는 모호했으면서 아이는 셋 정도 낳고 싶다고 썼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이런 현모양처가 어딨어! 발표하면 남자애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은데?"라며 발표해 보라고 주위에서 놀려댔었다. 주변의 관심을 받는 걸 좋아하면서도 내성적이었던 나는 부끄러운 웃음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20년 후를 가리기 바빴다.

남들은 의사, 외교관, 경찰, 선생님 이런 대단한 직업을 생각할 때 난 그때 좋아했던 과목과 연관 지어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였지만 딱히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어느 한 직업을 골라야 하니까.

서른이 된 지금 난 미혼이다. 국어 선생님도 아니다. 사회에 어울리는 적당한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른이 된 지금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여전히 모르겠고, 평생 동안 내가 무엇이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현모양처는? 여전히 되고 싶다. 우리 엄마처럼.

이중적인 마음이 든다. 우리 엄마처럼 현모양처가 되고 싶지만, 우리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책 몇 권이 나올걸?"라고 했던 엄마.

웃어넘기는 듯했지만 그 농담을 들으며 생각하긴 했다. '다 자기 스스로가 주인공 같고, 인생이 소설이나 드라마같이 느껴지겠지만, 정말 우리 엄마 인생은 어쩜 이렇게 다이내믹할까.' '엄마 같은 아내도, 엄마 같은 여자도 드물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엄마를 존경한다. 그러나 '딸은 엄마 인생을 닮더라.'라는 그 말은 그냥 넘기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그 말이 그렇게 무섭더라.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멀어지고 싶더라. 그게 나를 괴롭혀왔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