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의 호주 워홀이 시작되었다. D-365
호주에 도착한 내 첫인상은 '어쩌면 나 여기서 잘 살 수 있을지도?'라는 안도감이었다. 예약해 뒀던 호스텔이 있는 시티로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그 친절함에 감사했는지.
어쩌면 이 마음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옆자리에 앉은, 브리즈번에 거주하시는 한국인 여성분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제 막 호주에 첫발을 내딛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까지 주고 가셨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시티까지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길이 엇갈린 건지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온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우리 엄마의 나이정도로 보이는 여자분께 말을 걸었다. 공항에서 시티로 가는 기차를 어떻게 타는지 여쭤봤을 뿐인데 구글맵을 켜서 어디서, 어떤 기차를 타야 하는지 친절히 알려주셨고, 내가 떠나려는 찰나 "따라오라"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데려다주셨다. 내가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도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층 아래에서 잘못 내렸는데, 그때 알았다. 호주는 1층 대신 'G층(호주에서는 1층 대신 'Ground floor'를 사용하며, 한국의 2층에 해당하는 층부터 숫자가 시작된다.)'을 사용해서 한국보다 한 층 낮게 계산해야 한다는 걸. 마침 잘못 내린 층에서 공항 직원분을 만나 "한 층만 더 올라가면 된다"는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탑승한 기차에서는 골드코스트에 거주하시는 나이가 조금 있는 한국인 부부를 만났고, 호주에서 조심해야 할 점들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셨다. 한국이었다면 “왜 이렇게 아는 척이지?”, “오지랖이 너무 넓다...” 하고 넘겼을지도 모르지만, 호주라는 낯선 땅에서 나를 걱정해 주는 분들이라는 점이 정말 감사했다. 내가 기차에서 내릴 때 연락처와 함께 내게 응원을 남겨주셨다.
기차에서 내린 후에도 고마운 만남은 계속되었다.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있는 나를 본 역무원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리프트(호주에서는 엘리베이터를 ‘Lift’라고 부른다.)는 저기야”라고 알려주셨고, 역에서 호스텔까지 가는 길에는 지도를 보며, 짐 끌며 혼자 고군분투하던 나를 본 지나가던 아저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캐리어를 같이 끌어주셨다. 그리고 호스텔 앞 계단에서 망설이고 있던 때에는 호스텔 앞을 지나던 내 또래정도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이 다가와 내 짐을 로비까지 올려주었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러 갔을 때도 운 좋게 한국인 직원분이 계신 지점이어서 계좌의 종류와 조건, 약관 등을 영어와 한국어로 꼼꼼히 설명들을 수 있었고, 오늘이 호주에서의 첫날이라는 내 말에, 응원의 말을 건네며 명함도 주셨다.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도 말씀해 주셨다.
19살에 떠난 워홀은 나에게 '혼자 궤도를 벗어났다'는 불안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응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위안을 안겨주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누군가에게 먼저 물어보는 일도,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늘 인터넷을 뒤지며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고 하던 내가, 이곳 호주라는 낯선 땅에서는 도움을 요청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 사람들은 무작정 도와주지 않는다. 늘 "도와줄까?"라고 먼저 묻는다. 그 배려심 깊은 질문 하나에, 나는 또다시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문득, '어떤 환경에서 자라야 이런 따뜻함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들의 일상 속에 녹아든 친절함과 배려는 호주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더 알고 싶게 만든다.